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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 이야기(11~15)

2013년 作

Scene #11

 

토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우영.

 

엄마 :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방에서 나오며) 우영아, 어디 나가?

우영 : (신을 신으며) 어, 친구 보러.

엄마 : 어디 가는데?

우영 : 서울.

엄마 : 밥은 먹었어?

우영 : 아니, 나 늦었어. 갔다 올게요.

엄마 : 어. 늦지 않게 와!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며 곤히 생각에 잠긴 우영. 날이 흐리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내린 우영.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인다. 우영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현석에게서 걸려온 전화.

 

우영 : 여보세요. … 어, 현석이. 나 다 왔어. 터미널이야. … 어디? (짜증스러운 말투) 왜 이리 멀리 갔어? … 됐어. 간다. 응.

 

지하철을 타고 서서 가는 우영. 날은 여전히 흐리다. 한참을 가다가 효명대역에 정차한 지하철. 은영의 모습을 떠올리는 우영. 휴대폰 연락처를 켜보지만 지은과 지영의 번호만 등록되어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 액정을 바라본다.

 

 

Scene #12

 

2003년 여름, 신촌의 어느 패스트푸드점.

 

현석 : (들어오는 우영에게 손짓한다.)

 

현석과 성주, 모르는 여자 두 명이 함께 앉아있다. 우영, 낯선 여자를 보고 당황해하며 빈자리에 앉는다. 두 여자 중 한 명, 조은이 우영에게 시선이 꽂힌다. 반한 얼굴.

 

현석 : 야, 살 많이 빠졌다. 탄탄해 뵈는데?

우영 : 언젠 쪘었냐?

성주 : (반갑게) 우엉이! 간만이네.

우영 : 그러게. 근데… (모르는 여자애들에 대해서 눈빛으로 말한다.)

현석 : 내 친구들. 야, 너네가 소개 좀 해봐.

성주 : (우영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아라 : 뭐야, 쑥스럽게. 네가 해줘야지.

현석 : 내숭 떨지 마! 야, 그럼 네가 먼저 해.

우영 : 뭔 소개야? 쪽팔리게…. (작게 말한다.) 소개팅도 아니고….

조은 : (당차게) 난 주조은이야. 반갑다!

아라 : 주조으은! 뭐해? (크게 웃는다.)

조은 : (핀잔하듯이) 그냥 빨리 이름이나 말해!

현석 : 아, 얘도 대학 동기 우영이야. 최우영. (우영을 보며) 얘들은 내 고딩 친구.

아라 : 어, 그래, 음, 크흠, 난 아라야. 조아라. 만나서… (키득거린다.) 반가워.

우영 : 어, 나도 반가워.

일동 : (어색하게 웃는다.)

 

어색하게 이야기 나누다가 아라와 조은이 화장실에 간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다가 우영이 말을 꺼낸다.

 

우영 : (어이없어서) 야, 뭐야?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성주 : 이 새낀 진짜 또라이 같애. 이러려고 오랜 거야?

현석 : 니네는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뭣이 어째?

성주 : 뭐가 고마운 건데? 우리끼리 놀자며?

우영 : 그래서 이제 뭐하려고? 쟤네 가긴 가?

현석 : 야, 다 형이 너희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맘 편하게 미팅 왔다 생각해, 그냥.

우영 : (미간을 찌푸리며) 미팅?

성주 : 이 씹쌔! 난 여친 있어, 새끼야!

현석 : 너는 그냥 친구해. 내가 제일 괜찮은 애들 부른 거야. (우영을 가리키며) 그리고 이 병신은 여태 솔로야! 니 진짜 우짤래?

우영 : 이 병신이 누가 솔로래. 나도 여자 번호 있어.

성주 : 오, 시발! 진짜?

현석 : 이 새끼 뻥치는 거야. 엄마 번호 가지고….

우영 : 닌 엄마가 여자냐?

현석 : 아님, 이모, 고모겠지.

우영 : 뭔 소리야?

현석 : 알겠어, 알겠어. 할머니까지 껴줄게.

성주 : (현석의 말에 웃으며) 미친 새끼.

우영 : 못 믿냐? 보여줘?

현석 : 봐봐.

 

우영이 휴대폰을 꺼내려는데 아라와 조은이 화장실에서 돌아온다.

 

아라 : 너네 뭐하냐?

현석 : 너네는 화장실에서 정상회담 하다 왔냐?

조은 : (놀란 척) 어! 어떻게 알았어?

성주 : (웃는다.)

조은 : 중차대한 점심메뉴로 협상 중이었는데?

현석 : 뭐 먹을 건데?

아라 : 아직 타결이 안 됐지. 너네도 의견을 내봐.

성주 : 너네가 골라. 우린 다 괜찮아.

현석 : 난 갑자기 자장면 생각난다.

우영 : 좋네, 그거.

아라 : (나무라며) 더워 죽겠는데 무슨 자장면이야?

현석 : 그럼 뭐? 말하라고.

조은 : 스파게티 먹자!

현석, 성주, 우영 : (한숨 쉰다.)

현석 : 에휴, 그럴 줄 알았다.

성주 : (기가 차다는 듯이 웃으며) 자장이나 스파게티나!

아라 : 우리가 여기 근처에 맛있는 집 알거든, 거기 가자.

우영 : (의미 없이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거린다.)

현석 : 그래, 가자 가.

 

 

Scene #13

 

스파게티 집. 음식을 먹으며 대화한다.

 

우영 : (약간 어색하게) 근데 너네 학교는 어디야?

조은 : 우리? 여기 여대 앞이잖아. 우리 여기 다니는데?

아라 : 어, 우리 기숙사 살아. 그래서 여기서 보자 했지.

우영 : 아…. 대학교까지 같이 붙어서 좋겠네.

조은 : (가볍게 웃는다.) 우리 사실 동창 아니야.

우영 : (의아한 얼굴)

아라 : 난 맞아. 근데 말은 오늘 처음 해보는 거지.

성주 : 뭐? 누구랑?

아라 : 쟤, 김현석. 문자만 몇 번 해봤어. 내 친구가 소개해준 거야.

우영 : 무슨 소리야?

현석 : 아, 내가 솔직히 말해줄게. 그게 뭐냐면….

성주 : 어, 김현석 이제 똑바로 말해라. 형 머리 아프다.

현석 : 원래 미팅이 맞고, 난 원래 아라 소개 받고 오늘 만나기로 한 건데….

조은 : (끼어든다.) 내가 소개 해달라고 했어. 괜찮은 친구 있으면.

현석 : 어, 그래서 내가 우영이 소개시켜주려고 그랬지.

성주 : 그럼 난 왜 불렀어?

현석 : 니는 니가 나온다고 했어! 아, 저 새끼는 건망증이 도를 지나쳐.

성주 : (얼떨떨해하며) 내가? 맞어. 내가 그랬지. 니네끼리만 본다고 해서….

우영 : 근데 왜 그걸 이제 말해?

현석 : 에헤이! 험악하게 만들지 마시고. (우영에게만 작은 소리로) 안 나올 거잖아, 그러면.

조은 : 되게 민망하다. 전혀 모르고 나온 거야?

아라 : 뭐야, 이게!

현석 : 아, 미안해. 여러분 진정! 이제 다 알았지? 알았으면 재밌게 놀면 되지.

우영 : (말없이 스파게티를 먹는다.)

성주 : 미치겠네. 내가 이런 소개팅은 처음 해본다, 진짜!

현석 : 소개팅은 해본 적도 없으면서…. 그리고 이거 네 소개팅 아니라니까.

성주 : 맞어. 그랬지. (서두르며) 야, 난 가봐야겠다. 어색해서 못 있겠다. 담에 보자!

 

성주, 짐 싸서 나간다.

 

아라 : (뚱한 얼굴)

조은 : (웃음을 터뜨린다.) 풉! 재밌다.

아라, 현석, 우영 : (조은을 의아하게 쳐다본다.)

조은 : 니네 되게 웃긴다.

아라 : (현석과 우영을 째려보며) 그러니까 내 말이!

현석 : (어색하게 웃는다.) 미안.

조은 : 난 괜찮은데, (우영을 보며) 넌 아직 기분 나빠?

우영 : (당황한다.) 어, 어? 아니, 별로 그런 게 아니라….

아라 : (조은의 생각지 못한 반응에 당황스러워 분위기를 살핀다.)

현석 : (다행스러워 한다.) 야, 스파게티 불어. 빨리 먹자.

 

 

조용히 스파게티를 먹는다.

 

아라 :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낸다.)

조은 : (아라에게서 온 문자를 본다. <안 갈 거야?> 휴대폰을 닫는다.)

우영 : (머뭇거리다가) 저기, 그럼 전공은 뭔데?

조은 : 응? 아, 전공? 난 피아노.

현석 : 와! 피아노 잘 쳐? 얘가 또 피아노 잘 치는 여자 좋아하는데, 니네 딱이다!

우영 : (현석을 째려본다.)

조은 : 아, 그래? 나중에 한 번 보러와. 연주회 종종 있어.

우영 : 어, 응.

조은 : 넌 내가 봤을 때 딱 공대생이야.

우영 : 어, 맞아. (자기 몸을 내려다보며) 어떻게 알았어?

아라 : (조은의 말을 들으며 웃는다.)

조은 : 그냥 감으로.

현석 : (과장된 말투로) 여자의 직감이 무섭다더니!

아라 : 너넨 무슨 관데?

현석 : 기계공학과. 너는?

아라 : 오, 효명대 기계공학과 좀 잘나가지 않아?

현석 : (우영의 눈치를 살피며) 어, 좀, 그냥 그렇지.

아라 : 난 불문과. 불어해보라고 절대 시키지 마라!

우영 : (포크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현석 : 야, 어디 가?

우영 : 화장실.

조은 : (웃으며) 먹다가 중간에?

현석 : 아, 나도 잠깐만. 담배 한 대 피고 올게.

아라 : (두 사람이 멀어지자 조은에게) 야, 그래도 효명대면 괜찮지 않냐? 게다가 기계공학관데?

조은 : (말없이 팔짱을 끼며 우영의 뒷모습에 시선고정.)

 

남자화장실 안.

 

현석 : 우영이, 화났어?

우영 : (말없이 손을 씻는다.)

현석 : 아, 친구가, 그 병신이 말을 잘못 전한 거야.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우영 : 화가 난다기보다 쪽팔려서 그래.

현석 : 야, 그냥 하루만 놀자.

우영 : 그럴래?

현석 : 어~ 그래! 어차피 안 볼 사인데 뭐 어때? 쟤네도 구라치는 걸 수도 있잖아.

우영 : 쟤네는 거짓말 아니야.

현석 : 어떻게 알아? 너도 감이야?

우영 : 너도 아닌 거 알잖아.

현석 : 어……. 알지. 그럼 이따 뭐하고 놀래?

우영 : 이따?

현석 : 노래방 갈래?

우영 : 난….

현석 : ?

우영 : 난 아무리 생각해도 쪽팔리다. 그냥…. (현석의 얼굴을 한 번 보고 화장실 밖으로 나간다.)

 

우영이 화장실 밖으로 나오고 현석이 재빨리 뒤따라간다. 자리로 돌아오니, 아라의 손에 우영의 지갑이 있다. 그것을 열어보고 아라와 조은이 놀란 얼굴을 하고 있다.

 

아라 : 동인대?

현석 : (우영 뒤에 서서) 헉!

 

우영, 아라의 손에서 지갑을 빼앗아간다.

 

우영 : 밥값은 내가 내고 갈게.

 

우영, 계산하고 밖으로 나간다.

 

현석 : (나가는 우영을 향해) 우영아!

 

지하철을 타고 터미널로 돌아가는 우영.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가 온다.

 

<나 조은이야. 번호 저장해.>

 

 

Scene #14

 

2007년. 휴대폰 액정을 보고 있던 우영. 화면이 꺼지자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Scene #15

 

도심지 카페. 창밖을 보며 대화중인 현석과 우영. 플라스틱 컵에 이슬이 맺혀 있다. 얼음을 저으며 얘기하는 현석. 간간이 웃으며 얼굴을 매만지는 우영.

 

현석 : 아무튼 학교 다닐 때가 편했지.

우영 : 맞아.

현석 : 넌 복학 언제 할 건데?

우영 : 이제 해야지.

현석 : 복학하면 몇 학년이야, 도대체?

우영 : 애들이 나 피하겠지? 아예 누군지도 모르겠다.

현석 : 살아있는 화석 취급할 걸.

우영 : 학교 다닌 지 하도 오래 돼서 감도 없어.

현석 : 그래도 졸업은 해야지.

우영 : …….

 

잠시 말없이 앉아 있는 두 사람. 다시 창밖에 시선을 돌린다. 가벼운 차림을 한 여자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한다.

 

현석 : 여름이 좋긴 좋다.

우영 : …….

현석 : 야, 너 걔랑 연락 안 하지?

우영 : 누구?

현석 : 주조은. 걔 지금 뭐하는지 알아?

우영 : 모르지.

현석 : 무슨 오케스트라에서 악기 하는 것 같더라.

우영 : 그래?

현석 : 걔 중간에 피아노 접고 바이올린인가? 그런 걸로 갈아탔잖아.

우영 :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으응…….

현석 : 애가 성격 당차고 괜찮았는데….

우영 : 희수는 잘 있냐?

현석 : 어? 잘 있겠지. 공익이 얼마나 편하겠냐?

우영 : 넌 언제 가려고?

현석 : 형이 알아서 갈 때 되면 간다.

우영 : 그래. 알아서 잘 하겠지.

현석 : 너야말로 졸업 좀 빨리 해라. 근데 넌 아직도 솔로니?

우영 : 갑자기 또 뭔 소리야.

현석 : 고자가 아닌 이상 그렇게 태평할 수가 없어.

우영 : 말 좀 가려서 해라, 넌.

현석 : 내가 소개 시켜줄까?

우영 : (웃으며) 넌 영원히 소개 금지야.

현석 : (아무 일 없던 척) 아는 애도 없어? 아직도 엄마 말곤 여자 번호 하나도 없고?

우영 : 내가 너냐?

현석 : 있음 좀 데리고 와서 친구들한테 소개도 하고 그래봐. 죽기 전에 네 여자 친구라는 사람을 볼 수는 있는 거지?

우영 : 누군 좋아서 혼자냐?

현석 : 너 공장에서 알바 한다며. 여자애들 없어?

우영 : (피식 웃는다.) 이 새끼 귀신이네.

현석 :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괜찮은 애 없어?

우영 : 내가 요새 고민이 많아. 엄청 복잡해, 지금.

현석 : 왜왜? 뭔데?

우영 : 스무 살 애들이 네 명 들어왔거든? 애들이 나 가지고 싸운다, 막.

현석 : (웃으며)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이쁜 애 있어?

우영 : 아, 애들이 다 그냥 어리지 뭐.

현석 : ……. 우린 스무 살 때 뭐했냐?

우영 : 글쎄….

 

두 사람 말없이 음료를 마신다.

 

현석 : 나갈래?

우영 : 어딜?

현석 : 밥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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