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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선택, 결과, 책임의 관계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서 어떤 음식을 먹을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치킨버거를 먹든지 감자튀김을 먹든지 콜라를 먹든지 하는 건 우리 자유다. 집에 버스를 타고 가거나 택시를 타고 가거나 걸어서 가거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더 방대한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자유로운 선택 뒤의 결과는 어떨까? 결과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그에 대한 반응이나 대응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결과에 대한 다양한 예측을 해보고 무엇을 선택할지 궁리를 한다. 선택도 자유, 예측도 자유이다.

여러 차례 비슷한 상황이나 사건에서 선택한 경험이 많아지면 예측의 적중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차후에는 선택하지 않고도 예측만으로 결과를 이미 겪은 것처럼 여기고 넘어가는 일도 빈번해진다. 그것도 하나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선택이다. 하지만 사람의 착각이 여기서 많이 발생한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결과가 뒤따르는데,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대신 미리 결과를 예측한 사람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결과와 실제로 나타난 결과 사이에서 혼동을 일으킨다. 혼동을 일으키지 않은 줄 알지만 이미 혼동한 상태이다. 이런 복잡한 결과가 극대화되는 경우는 다른 사람과 벌어진 사건이나 상황에서이다.

우리의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 사실을 잊고 예측이 곧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사람이다. 예측한 것도 사실이고, 벌어진 일도 사실이 된다. 왜냐하면 예측의 적중률이 상당히 높았던 전적이 있고 그 과거가 예측을 사실로 믿도록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예측을 사실로 믿는 건 정당하지 못하다. 그걸 지레짐작이라고 부른다. 지레짐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건 옳지 않다. 사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실제로 우리에게 진짜 주어진 사실은 선택은 자유로우나 제한이 있고, 결과는 우리의 손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결과야말로 우리의 자유의지와는 별개로 자유롭다. 우리가 소유한 자유는 아니지만 결과는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롭다. 예측은 예측으로 남을 뿐, 결과는 사람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기에 우리는 선택에서보다 결과에서 훨씬 더 폭넓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어쩌면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는 순간이 바로 결과에 있다.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르니 책임지란 말은 어폐가 있다. 결과는 한 번도 어찌 될지 알 수 있는 놈이 아니었으니까. 이런 논리 하에서 우리는 좀 더 선택에 있어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결과를 미리 예측함으로, 또는 제한된 선택의 가짓수를 셈하는 것으로 스스로 자유를 억제하지 말고, 모든 선택을 그저 결과에 맡기라! 우리 생각의 스펙트럼을 벗어난 선택과 결과는 우리에게 얼마나 큰 자유를 선사할까! 책임은 처음부터 우리 몫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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