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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 이야기(21~25)

2013년作 시나리오

Scene #21

 

공장. 종일 무료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우영. 평소보다 더 힘들고 일이 재미없다. 사무실에 들어와 앉아있는 횟수가 전보다 늘었다. 컴퓨터를 보거나 휴대폰을 보며 농땡이 부리는 우영. 기어코 동진에게 한 소리 듣는다. 필름을 갈고 현장에 나와 앉아있는 우영. 미숙과 아줌마들이 우영의 편을 들어 동진이 없는 동안 동진의 흉을 본다. 어린애를 못 잡아먹어 안달 났다고 욕한다. 우영, 묘하게 동진에 대한 반항심이 솟구친다. 동진이 불러 무엇을 시킬 때마다 건성으로 대답한다. 동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넘어간다.

 

쉬는 시간. 현장에 앉아있는 우영 옆으로 와 쉬러온 지은. 따라서 지우와 지영도 함께 앉는다.

 

지은 : 오빠, 아까 완전 짜증났죠?

우영 : 한두 번도 아니고 뭘.

지영 : 오빤 언제까지 나와요?

우영 : 글쎄.

지은 : 우린 광복절 전날까지 나오려고요. 오빠도 그때까지만 하세요.

지우 : 나 물 마시러 갔다 올게. (물을 마시러 현장에서 나간다.)

지영 : 저희 그 다음날 놀려고 하는데 오빠 시간 되세요?

우영 : (의외라는 듯 지영을 쳐다본다. 웃으며) 내가 거길 왜 가?

지은 : (흥분해서) 왜라뇨? 지금까지 의리가 있지!

우영 : 됐어. 너희들끼리 가.

지은 : 아, 되게 튕겨!

지영 : (웃으며) 저희 밥 한 번만 사주세요. 정들었잖아요.

우영 : (지영의 솔직함에 당황스러워 웃는다.)

지은 : (우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오! 사줄 것 같은데?

 

지우가 현장으로 돌아온다.

 

지은 : (지우에게 소리친다.) 임가, 임지우! 오빠가 우리 끝나는 날 밥 사준대!

지영 : (손을 휘두르며 입으로 소리 낸다.) 호오! 호오!

우영 : (할 수 없다는 듯 내친김에) 뭐 사줘? 지우가 골라!

지우 : 와, 정말요?

지은 : 지우야! 고기! 고기!

지우 : (지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 좋아! 고기요!

우영 : 오케이! 콜!

 

쉬는 시간이 끝나가는 듯 아줌마들이 현장으로 돌아온다. 엉덩이를 털고 자리로 돌아가는 네 사람.

 

 

Scene #22

 

8월 14일. 현장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지우, 지은, 지영, 은영을 보고 동진이 다가가 옆에 앉는다. 우영은 현장 사무실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다. 조금 심란해 보인다.

 

동진 : 너희들 오늘까지 나온다고?

지우, 지은, 지영, 은영 : 네.

동진 : 그동안 수고 많이 했다. 앞으로 학교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온나.

지우 : (눈이 휘둥그레져서) 돈이요?

동진 : (귀여워 웃으며) 아, 쌔리! 돈 말고 알바!

지우, 지은, 지영, 은영 : (웃는다.)

동진 : 담에 알바 쓸 때 꼭 와라! 알긋나?

지우, 지은, 지영, 은영 : 네.

동진 : 그랴.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동진, 일어나려다가 현장 사무실에 있는 우영을 보고 도로 앉는다.

 

동진 : 점마, 저거는! 어린 친구들도 이래 열심히 사는데, 만날 농땡이나 부리고 앉았고. 지우야, 네 학교 어디랬지?

지우 : (주저하며) 경신대요.

동진 : 네가 마, 법대라켔나? 그럼 나중에 판검사, 변호사할라꼬?

지우 : 네.

동진 : 캬! 네는 꼭 성공할 게 내 눈앞에 보인다. (손으로 눈앞에 뭐가 있는 것처럼 허공을 매만지며) 막 비디오다! 이런 데서 일도 해봤으니께 서민들 앞장서서 대변도 해주고 말이야! 그카고 네는 어디랬지?

은영 : 효명대요.

동진 : 그카고 네는?

지은 : 동인대요.

동진 : 패쓰! 네는?

지은 : (뾰로통한 얼굴)

지영 : (지은을 보며 살짝 웃는다.) 숭헌여대요.

동진 : (일장 연설하듯 몸동작을 크게 한다.) 음, 보자. 아들놈이 하나가 있는데 그 아가 지끔 고3 수험생이야. 지끔 과외만 두 개 하지, 학원 다니지, 인터넷으로 강의 사서 보지, 안 하는 게 없어! 아도 지끔 SKY 목표로 하거든. (손가락을 접으며) 성현대! 경신대! 유덕대! 일단 아가 예 들어가기까지 뭣 빠지게 무조건 뒷바라지해줄 거야. 아가 들어만 가봐! 담부턴 손 안 대도 다 알아서 돼. 학생 때 공부만 열심히 하면 운이 지질라게 없어도 다 알아주게 돼 있어. 안 그래, 법대?

 

쉬는 시간이 끝난 듯, 아줌마들이 현장으로 돌아온다. 동진, 자리에서 일어나며 옆에 앉은 지영의 어깨를 툭툭 친다.

 

동진 : 아무튼 수고들 했고, (지우를 가리킨다.) 성공 내가 보장이야! (지은을 보며 말끝을 흐린다.) 동인대는…. 자격증 많이 따두고. (뒷짐 지고 나간다.) 어서 일들 하쇼!

 

동진이 현장에서 나간다.

 

아줌마 1 : (여학생들 옆을 지나가며) 저 아저씨가 뭐랴?

지우, 지은, 지영, 은영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우영, 사무실 의자에 초점 없이 허공을 보며 앉아있다.

 

아줌마 2 : (큰 소리로) 우영아! 여기 손 안 봐놨냐! 안직도 맥혔다!

 

우영, 사무실 밖으로 천천히 나간다.

공장. 기계마다 불이 들어오고 레일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시끄러운 소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아줌마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아줌마들과 여학생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여학생들도 능숙하게 일한다.

 

(Fade out)

 

 

Scene #23

 

2008년 1학기. 동인대학교 강의실. 교수가 출석을 부른다.

 

교수 : 정지훈! (어디선가 “넵!”) 정희락! (어디선가 “네!”) 주영일! (어디선가 “예!”) 최우영!

 

대답이 없다.

 

교수 : 최우영! (안경 위로 강의실 안을 둘러본다. 없는 것을 확인하고) 최진수! (어디선가 “네!”) 표성용! (어디선가 “네!”) 한우람! (어디선가 “옙!”) 현정필! …….

 

교수의 목소리 점점 작아지고 장면 전환.

 

 

Scene #24

 

우영이 자취하는 원룸. 숙취로 인해 잠에서 깨지 못하는 우영. 이불 위에 앉아서 눈을 못 뜨고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우영의 얼굴로 밝은 해가 내리쬐어 뜨겁다. 휴대폰을 열어 본다. 자리에서 일어나 배를 주무르며 냉장고를 연다. 조금 남아있는 물을 마시고 페트병을 구겨서 쓰레기봉지 위에 던져 넣는다. 개수대에 설거지 안 한 그릇들이 가득 쌓여있다. 귀찮은 듯이 내려다보곤 화장실로 간다. 볼일을 보는 도중 전화가 온다.

 

우영 : (잠긴 목소리로) 어, 왜?

성주 : 어디야?

우영 : 집.

성주 : 수업 있지 않았어?

우영 : 어.

성주 : 쨌어?

우영 : 아니. 갈 거야.

성주 : 밥이나 먹자.

우영 : 무슨 벌써 밥이야.

성주 : 속 쓰려서 해장해야 돼.

우영 : (배에 힘을 준다.) 으읍! 안 돼, 수업 빠지면.

성주 : 언제 끝나는데?

우영 : 1시.

성주 : 끝나고 연락해라.

우영 : 어.

 

전화를 끊는다.

 

 

Scene #25

 

학교로 향하는 우영. 정문 앞 편의점에 들러 빵을 고른다. 계산대로 들고 간다.

 

지은 : (반가움에) 어! 우영 오빠!

우영 : (놀라며) 어! 이지은? 너 여기서 일해?

지은 : 네! (서운한 말투로) 오빠 그동안 뭐 하느라 연락도 안 하셨어요?

우영 : (뒷머리를 쓸며) 뭐, 그랬네.

지은 : 번호 바꿨어요? 제 문자도 씹었죠?

우영 :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른다. 어색하게) 하하!

지은 : (우영이 고른 빵의 바코드를 찍으며) 700원입니다. 오랜만에 봤으니까 이건 제가 사드릴게요.

우영 : 아냐, 됐어!

지은 : 됐고요, 밥이나 사 주세요. 문자 또 씹어만 봐요. 집요하게 할 거니까!

우영 : (예전 생각이 나 웃으면서) 넌 아직도 그러냐?

지은 : 사 줄 거죠? 오늘?

우영 : (생각난 듯) 맞다! 나 수업 늦었다. (빵을 들고 나가며) 잘 먹을게!

지은 : (크게 외친다.) 오빠!

 

강의실을 향해 뛰어간다. 수업이 진행 중인 강의실로 조심히 들어가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앉는다. 필기도구를 꺼내며 강의실 뒤편에 있는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교수 : 음, 여기까지 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겠습니다.

 

교수, 강의실을 나간다. 학생들은 책상 위로 픽픽 쓰러진다. 우영, 숨을 크게 한 번 더 몰아쉰 후 빵을 꺼내든다. 빵을 크게 한 입 배어 무는 우영. 휴대폰을 꺼내든다. 지은에게 문자가 와 있다.

 

<이지은 : 밥 안 사 주면 빵 도둑으로 신고할 거예요.>

 

우영: (지은의 문자를 보고 웃는다.)

 

지은에게서 전화가 온다.

 

우영 : (빵을 우물거리며) 여보세요?

지은 : 오빠! 와! 그렇게 도망가는 게 어디 있어요!

우영 : 수업 늦은 거라니까.

지은 : 근데 빵은 왜 사러 왔어요? 늦은 사람이?

우영 : 넌 일 안 하냐?

지은 : 손님 별로 없거든요.

우영 : 너 근무태만으로 내가 신고할 수도 있어.

지은 : 손님 없다니…! (가게로 들어온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 (조용히) 오빠, 문자!

 

지은이 전화를 끊는다. 우영, 어이없어 웃는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남은 빵을 마저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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