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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이야기(26~30)

2013年작 시나리오

Scene #26

 

학교 주변 번화가를 두리번거리는 우영. 뒤에서 누군가 우영을 세게 친다.

 

지은 : (우영을 놀래며) 왁!

우영 :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본다.) 지금 뭐 했어?

지은 : 아~ 재미없어!

우영 : 뭐 먹을지나 정해.

지은 : 무조건 고기!

우영 : 그럼 너랑 잘 어울리는 데가 딱 있지. 거기 가자.

지은 : (신나서) 오! 어딘데요?

우영 : 대폿집.

지은 : 대포? 그게 뭐예요?

우영 : 가보면 알아.

 

 

Scene #27

 

허름한 대폿집. 남학생들 위주의 왁자하고 시끄러운 곳에 원피스를 입은 지은이 겁먹은 것처럼 하고 앉아있다. 우영, 조금 미안해진다.

 

우영 : 다른 데 갈까?

지은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영 : 그럼 뭐 먹을래?

지은 : (메뉴를 보다가) 돼지 껍데기?

우영 : (피식 웃는다.)

 

우영이 손을 들어 점원을 부른다. 아르바이트 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 주문을 받는다.

 

우영 : 껍데기 주세요.

점원 : 몇 인분 드릴까요?

우영 : 2인분 주세요.

점원 :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우영 : 네.

지은 : 소주도 한 병 주세요.

점원 : 넵!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은 : (우영을 보고 배시시 웃는다.)

 

소주 두어 병이 드럼통 위에 빈 채로 올려져있다. 지은은 쌩쌩한 반면, 우영은 약간 취기가 돌아 눈을 끔벅거린다. 그런 우영을 지은이 가만히 바라본다. 불판 위에 올린 껍데기 몇 개가 누렇게 익어간다. 지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인다.

 

우영 : 야,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지은 : (화들짝 놀라며) 네, 네? 다녀오세요!

우영 : (웃으며) 왜 그렇게 놀래?

 

우영, 바깥으로 나가 근처 놀이터에 있는 화장실을 찾아간다. 볼일을 보고 바로 돌아가려다가 멈춰 서서 놀이터에 있는 그네를 빤히 바라본다. 그네에 앉는다.

대폿집에 혼자 앉아 있던 지은. 우영이 빨리 돌아오지 않아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다. 다시 닫고 껍데기를 뒤적거린다. 소주 한 잔을 따라 급하게 들이킨다. 누군가 지은의 곁에 다가온다.

 

남자손님 : (약간 취한 채 쭈뼛거리며) 저기, 혹시 혼자 오셨어요?

지은 : 예, 예?

남자손님 : 일행 없으시면 합석 하실래요?

지은 : 죄송해요. 일행 있어요.

남자손님 : 근데 어디 가셨어요? 한참 혼자 계신 거 봤는데…….

지은 : 화장실 간다고 갔는데… 곧 올 거예요.

남자손님 : 아니면 일행 분까지 다같이, 그래도 안 될까요?

지은 : 아녜요. 죄송해요.

남자손님 : (지은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아, 그 정도로 튕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안 잡아먹어요.

 

지은, 겁을 먹고 움직이지 못 한다.

 

남자손님의 친구들 : 야, 그만하고 그냥 와라, 와! 우리도 놀기 싫다 그래!

남자손님 : (빈정대듯) 아, 예. 그럼 혼자 재밌게 노세요. (뒤돌아서며 친구들에게) 와~ 존나 튕긴다. 없어 보이게 생긴 게.

 

우영, 그제야 대폿집 문을 열고 들어온다.

 

우영 : (자리에 앉으며) 야, 많이 먹었어? 언제 갈 거야?

지은 : (말없이 바닥만 응시한다.)

우영 : 왜 그래?

지은 : (굵은 눈물을 떨어뜨린다.)

우영 : (깜짝 놀라서 말을 꺼내지 못 한다.)

지은 :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소리도 없이 눈물만 흘리며 몸을 웅크린 채 굳은 자세로 움직임도 없다.)

 

우영, 재빨리 계산하고 밖으로 데려간다.

 

우영 : 지은아, 집이 어느 쪽이야? 데려다 줄게.

지은 : (울면서 말없이 걷다가 방향을 바꾼다.)

 

 

Scene #28

 

지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 벤치 있는 조용한 곳에 앉는다.

 

우영 :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지은 : (눈물을 닦는다.)

우영 : (머뭇거리다가) 내가 너무 오래 있다가 왔지?

지은 : (고개를 끄덕인다.)

우영 : 아, 미안하다. 화장실에 사람이…….

지은 : (또 다시 훌쩍인다.)

우영 : (곤란한 얼굴로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지은 : (눈물을 닦아내며) 오빠.

우영 : 어, 어? 왜?

지은 : 오빠한테 사실 할 말 있어요.

우영 : 어, 뭔데? 말해봐.

지은 : 일단 좀 앉아 봐요.

우영 : (지은과 떨어져서 자리에 앉는다.)

지은 : 저 사실 처음부터…

 

우영의 휴대폰에서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린다. 우영, 휴대폰을 열어 문자를 확인한다. 지은, 입을 꾹 다문다.

 

우영 : (문자를 보면서) 어, 듣고 있어. 계속 말해.

지은 : (가만히 있다.)

우영 : (지은이 화가 난 것 같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머리를 매만지며) 말… 해봐.

지은 : (단호한 표정으로) 저 오빠 좋아해요.

우영 : (띵한 얼굴)

지은 : 처음 봤을 때부터 호감 있었어요.

우영 : (여전히 멍한 얼굴) 뭐라고?

지은 : 오빠도 알고 계셨잖아요.

우영 : 내가?

지은 : (울먹이는 목소리로) 몰랐다고 거짓말하지 마세요. 알았으니까 제 연락 다 씹은 거잖아요. 오빤 저 안 좋아하니까.

우영 : 무슨…?

지은 : 오빠, 제가 없어보이게 생겨서 싫은 거예요?

우영 : (황당해 하며) 갑자기 무슨 말이야?

지은 : 오빠가 늦게 오셔서 좀 기분 나쁘긴 했는데 그것 때문에 운 거 아니에요. 어떤 남자들이 갑자기 저한테 와서…! (다시 북받쳐 눈물을 쏟는다.)

 

엉엉 우는 지은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우영. 다리를 떨며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린다.

 

지은 : (울면서 말을 이어간다.) 갑자기 저한테! 헉, 어엉엉! 합석하자고! 어어엉! 그래서 제가! 어엉엉! 일행 있다고 죄송하다고! 헉! 했는데도! 흐흡! 튕기지 말라고! 없어보이게 생긴 게 존나 튕긴다고! 어어어엉!

우영 : (뜨악한 얼굴로 지은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어깨를 토닥인다.) 무슨 말이야, 그게? 나 나간 사이에 그랬다고?

지은 :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계속해서 운다.)

우영 : (한숨을 내쉰다.) 어휴! 미친 새끼들. 그게 무슨… 완전 정신 나간 새끼들이네! 그래서 넌 어떻게 했어? 가만히 있었어?

지은 : (고개를 끄덕인다.) 무서워서… 어흑!

우영 : (어깨를 토닥인다.) 괜찮아, 괜찮아. 지은아, 오빠가 미안하다. 내가 빨리만 왔어도…….

 

지은, 한참을 울다가 어느새 울음이 잦아들어간다. 우영, 입술을 씹으며 가만히 앉아 있다.

 

지은 : (숨을 길게 내뱉는다.) 집에 갈게요.

 

지은, 앞장서서 가고 우영도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간다.

 

우영 : 지은아, 어디 살아?

지은 : 기숙사 산다고 말했잖아요.

우영 : 어? 그랬나?

지은 : 지금이 세 번째예요.

 

말없이 걷는 두 사람. 지은은 앞에서 약간 토라진 듯 걸어가고 우영은 한 걸음 뒤에서 어색하게 따라간다.

기숙사 정문에 도착한 두 사람.

 

우영 : (말없이 들어가는 지은을 향해) 지은아, 미안해! 잘 들어가라!

지은 : (묵묵히 걸어 들어간다.)

 

우영,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돌아선다. 지은, 앞으로 걷다가 우뚝 멈춰 선다.

 

지은 : (돌아서서) 내가 오빠 좋아한다는데 할 말 없어요?

 

우영, 깜짝 놀라서 가던 채로 굳는다. 지은, 뚜벅뚜벅 빠르게 우영 뒤로 걸어간다.

 

지은 : 좋은지 싫은지 그것만…….

 

우영, 어찌할 바를 몰라 눈만 굴린다. 지은, 우영의 팔을 조심스레 잡는다.

 

지은 : 그냥 오빠동생 사이로 지내도 괜찮아요. 말해봐요, 네?

 

우영, 혼란스런 얼굴로 지은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 한다. 반대편에서 기숙사로 들어가는 여학생 두 명이 두 사람을 보며 수군거리고 지나간다. 우영, 이 상황이 어색하고 민망하고 불편하다. 우영이 행인의 눈치를 보는 찰나, 지은이 말한다.

 

지은 : (채근하듯) 오빠?

우영 : (얼떨결에) 아, 알았어! 알겠다고.

지은 : (놀란 얼굴) 뭐?

우영 : (아차 싶다. 지은의 팔을 뿌리치고 뒷걸음질 한다.) 늦었다. 나 내일 수업 있어. 먼저 갈게.

지은 : (뒤돌아서서 가는 우영의 뒷모습을 보며 멍하니 혼잣말한다.) 정말?

 

우영,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도망치다시피 뛰어서 교정을 벗어난다.

 

우영 : (속으로) 내가 뭐라고 했지? 이게 지금 무슨 일이야?

 

 

Scene #29

 

우영의 자취방. 시끄러운 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널브러진 이불 위에서 자던 우영, 눈을 간신히 떠서 휴대폰을 확인한다.

 

우영 : (졸린 목소리로) 여보세요.

지은 : (활기찬 목소리) 오빠! 수업 있다면서 아직도 자?

우영 : 오후 수업이야.

지은 : 아, 그랬어? 오빠 깨워주려고 전화했어.

우영 : 어. 끊는다.

지은 : 오빠, 잠깐만!

우영 : (짜증스럽게) 아, 왜?

지은 : 이따 점심 같이 먹자. 오늘 친구들 온댔어.

우영 : 내가 왜…….

지은 : 오빠 아는 친구들. 은영이랑 지우랑 올 거야.

우영 : 누구? 은영이……?

지은 : 같이 아르바이트했던 애들. 알겠지? 이따 다시 전화할게. 더 자~

 

지은, 전화를 끊는다.

 

우영 : (이상하단 듯이 전화가 끊긴 휴대폰을 본다. 얼굴을 두 손으로 마구 비비며) 아, 잠 다 깼네!

 

두 손으로 가린 얼굴 옆으로 입 꼬리가 길게 올라간다.

 

 

Scene #30

 

전공 강의실 앞 휴게실. 성주와 우영이 음료수를 마시며 얘기를 한다. 지나가던 한 무리의 남학생 후배들이 성주와 우영에게 꾸벅 인사하고 지나간다.

 

성주 : (자못 심각하게) 잘못 걸렸네. 잘못 걸렸어.

우영 : (심각한 얼굴로) 중요한 건 기억이 안 난다는 거야. 그때 내가 뭐라고 했지? 뭐라고 했더라?

성주 : 어, 그럴 때 있지. 내가 한 말인데도 전혀 기억 안 나는 거.

우영 : 말실수한 건 아니겠지? 설마…….

성주 : 그래서 이쁘냐고 안 이쁘냐고? 몇 번을 묻냐, 내가? 왜 니는 본질을 몰라? 딴 말 좀 그만하고!

우영 : 그냥 동생 같아서 그런 생각도… (고개를 절레절레 ‘안 해봤어’). 그리고 예뻤으면…….

성주 : (말을 가로챈다.) 아하, 그렇지! 예뻤으면 뭐! 정리가 딱 되네.

우영 : (스스로 속물 같은 모습에 부끄러운 듯 웃는다.) 예쁜 게 대순가?

성주 : (정색하며) 대수지. 다른 것으로 충족시킬 필요가 더는 없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 주조은, 그런 애는 어디 가서 찾을래도 없는…….

 

우영,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바닥을 본다. 성주, 애꿎은 휴대폰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 허벅지를 쓸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성주 : (말을 급히 돌리며) 너 점심에 만나기로 했다며? 안 가냐? 난 교수실 좀 들러야 해서…….

우영 : (애써 입모양만 미소 지으며) 어. 가봐.

 

지은에게 전화가 온다.

 

성주 : (가려고 기지개를 켜다가) 누구? 걔야?

우영 : 어, 그러네.

성주 : 와! 나 그런 애 첨 본다. 보통이 아니네.

우영 : 나는 어떻겠냐?

 

성주, 낄낄거리며 퇴장한다. 우영, 한숨 쉬며 전화를 받는다.

 

우영 : 어, 지은아. … 어디로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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