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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이야기(31~35)

2013년作 시나리오

Scene #31

 

학교 주변 스파게티 집.

지은, 혼자 앉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입구로 들어오는 우영을 발견한다. 우영도 지은을 보고 맞은편에 앉는다.

 

우영 : (둘러보며) 우리 학교 앞에 이런 데도 있었냐?

지은 : 설마 처음 온 거야?

우영 :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은 : (우영의 웃는 얼굴에 마냥 기분이 좋다.) 그렇구나. 처음……. (조심스럽게) 오빠, 근데 거기 앉으려고?

우영 :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어? 왜?

지은 : 아니, 이따 친구들 오면…….

우영 : (처음 듣는 척) 친구들?

지은 : 응, 아침에 말했잖아.

우영 : 누구 오는데?

지은 : 은영이랑 지우.

우영 : (기억났다는 듯이) 아!

지은 : (2인용 소파의 자기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친다.)

 

우영, 떨떠름하게 일어나 지은과 조금 떨어져서 앉는다.

 

우영 : 근데 언제 와?

지은 : 다 왔다고 했는데…….

지우 : 이지은! 우리 왔다!

 

우영, 지은, 뒤돌아본다. 은영과 지우가 환하게 웃으며 걸어와 자리에 앉는다.

 

은영 : (우영의 눈을 보며) 안녕하세요.

지우 : (쑥스러워 웃으며) 아, 우영오빠네.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하다.

지은 : 우은영, 나 보곤 인사 안 해?

은영 : (지은의 손을 맞잡고 격하게) 이지은~ 삐순이~ 오랜만이다.

 

은영의 밝은 모습을 보며 우영, 눈을 떼지 못 한다.

각자 자리에 앉는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음식을 한참 먹는 중이다. 약간 어색하고 들뜬 기분으로 대화하는 네 사람.

 

우영 : 근데 너네 서울에서 여기까지 온 거야?

지우 : 당연하죠! 그래도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 (은영이를 가리키며) 얘랑 휴강 딱 맞아서!

지은 : (엄지를 치켜들고) 역시 내 친구들! 타이밍 굿!

지우 : (고개를 끄덕이며) 거럼~ 거럼~

은영 : (해사하게 웃는다.)

우영 : 그럼 나머지 한 명은? 그 눈썹 진한…….

 

지은, 지우, 어색하게 웃는다.

 

은영 : (담담하게) 지영인 수업 있어요.

지우 : 네, 바빠서…….

우영 : 아…….

지은 : 아! 오빠 몇 시 수업이야?

우영 : 2시.

지은 : 에이~ 오빤 그럼 같이 못 가겠네.

우영 : 어딜?

지우 : 벽화 마을이요.

우영 : 여기 그런 것도 있어?

지은 : 아~ 이 오빠 너무 모르시네. (지우와 은영에게 흉보듯) 오빠 여기도 오늘 처음 와봤대.

지우, 은영 : (웃는다.)

지은 : 오빠, 수업 하루만 째면 안 돼?

우영 : 내가 넌 줄 알아?

지은 : 와! 나 완전 성실한 학생이거든!

우영 : (과장된 말투로) 성실한 학생이 수업 빠지라고 종용하네. 세상 말세다!

지우 : (웃으며) 무슨 말세야?

지은 : (변명하듯) 그런 게 아니고 가끔은 머리도 식히고 그래야 더 머리 회전도 잘 되고…….

우영 : (더 과장된 말투로) 안 돼! 우영아, 듣지 마! 이건 귀신이 하는 소리야! 정신 차려! (지은의 휴대폰을 들고 전화하는 시늉) 예, 안녕하세요? 이지은 학생 어머니시죠? 예, 지금 따님이 심각한…….

은영 : (크게 웃는다.)

지우 : (탁자를 치며 웃는다.)

지은 : (웃으면서 삐진 척한다.) 오빠, 짜증나 진짜!

 

한참 웃다가 조용해진 테이블.

 

은영 : 둘이 많이 친해졌다.

지우 : 맞아. 말도 놓고.

우영 : (뜨끔해서 은영을 쳐다본다. 다시 지은에게 고개 돌리며) 어? 너 언제 말 놨어?

지은 : (애교 부리듯 귀엽게 눈웃음친다.) 에이~ 왜 그래~

우영 : (두 눈을 가린다.) 아! 못 본 걸로 할 게.

지은 : (삐진 얼굴로 우영의 팔뚝을 툭 친다.)

 

다시 크게 웃는 세 사람.

지은이 화장실 간 사이, 다시 약간 어색해진 세 사람. 음료를 마시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은영 : (조심스럽게) 오빠, 지은이 귀엽죠?

우영 : (조금 당황한다.) 어? 어, 뭐. 응.

은영 : 둘이 잘 어울려요.

우영 : (미심쩍은 얼굴) 누구랑? 나랑 이지은?

지우 : (껴든다.) 전 솔직히 지은이만 오빠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은영을 보며) 너무 잘 됐지 않냐?

은영 :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영 : (더욱 심상찮아 한다.) 갑자기 무슨…….

은영 : (우영이 쑥스러워하는 줄 알고 웃으며 얼버무린다.) 아, 아니에요.

 

우영, 다시 혼란스럽다. 우영이 심각한 얼굴로 포크를 들었다 내려놨다 하자 은영과 지우도 덩달아 침체된다. 그 사이 지은이 돌아온다.

 

지은 :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내 욕한 거 아니지?

우영 : (주섬주섬 일어난다.) 나 수업 시간 다 돼 가서 먼저 가야겠다. 계산하고 갈 테니까 놀다 가.

지은 : (황급히) 아, 아냐, 오빠! 오늘은 내가 낼 거야.

 

지은, 친구들을 향해 수줍게 웃으며 지갑을 꺼내온다. 지우와 은영, 어색하게 지은을 보며 웃는다.

 

지은 : (계산대로 가며) 담에 친구들 또 만나면 그때 사 줘. (의미심장하게) 오늘은 내가 꼭…….

 

우영, 우물쭈물하며 혼란스러운 기색.

 

우영 : 지은아, 잠깐만 나와 봐.

지은 : 응? 왜?

우영 : 빨리.

지은 : (어리둥절해하며 우영을 따라 밖으로 나온다.)

 

우영과 지은, 가게 밖 복도에서.

 

지은 : 왜 그래, 갑자기?

우영 : 저기, 있잖아. 지금 뭔가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지은 : 오해? 무슨 오해?

우영 : 그러니까 어제 너 데려다주고 말이야, 그때 그, 네가, 나보고 그랬지.

지은 : 뭐라고?

우영 : 그러니까 어제 나한테…….

지은 : 고백한 거요?

우영 : 어. 그거.

지은 : 그래서요?

우영 : 그러고 나서 내가 너한테 대답을…….

지은 : 아~ 오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우영 : 알겠어?

지은 : (귀가 빨개진다. 더듬거리며) 아, 아뇨. 사실 잘 모르겠어요.

우영 : 뭐?

지은 : 전 오해 같은 거 한 적 없는데요.

우영 : (정색하고)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도 돼?

지은 : (아찔해한다. 휴대폰을 보더니) 오, 오빠! 2시 넘었어요!

우영 : (인상 쓴다.) 거짓말이지?

지은 : 아녜요! (휴대폰을 들어 우영에게 보여준다.) 보세요!

 

2시가 넘어간 시간을 보고 우영, 한숨을 쉰다.

 

지은 : 오빠, 늦었어요. (말소리가 작아지면서 자신 없는 말투로) 빨리 수업 들어가셔야죠.

우영 : (지은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돌아서서 간다.)

지은 : (잔뜩 상기된 얼굴로 계단을 내려가는 우영을 보다가 얼른 가게로 들어간다.)

 

 

Scene #32

 

시험 기간 중앙 도서관. 드문드문 빈자리가 보인다. 엎드려서 자는 학생.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 책만 가득 쌓아놓고 자리를 비운 사람도 많다. 슬리퍼를 직직 끌며 밖으로 향하는 학생. 그 학생을 노려보는 여학생. 그 사이에 우영이 앉아서 책과 씨름 중이다. 우영이 책상에 쌓아놓은 <공학설계> 교재에 “기계공학 03학번 윤성주”가 투박한 글씨체로 적혀 있다. 무음으로 해둔 우영의 휴대폰에서 초록불이 몇 번 들어와서 깜박이지만 우영은 눈치를 못 챈다.

우영과는 좀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던 지은, 휴대폰을 열어보다가 고개를 쭉 빼고 우영의 자리를 넘겨본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우영이 보이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나 우영에게 다가가 등을 살짝 건드린다. 우영, 고개를 돌려 지은을 본다.

 

우영 : (입모양만) 왜?

지은 : (입구를 손짓하며 입모양으로만) 커피!

우영 : (고개를 저으며 돌아선다.)

지은 : (입을 앙 다문다.)

우영 : (지은이 가지 않자 다시 돌아본다.)

지은 : (우영을 보며 울상을 짓는다.)

우영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지은 : (밝아진 얼굴로 우영 뒤를 쫓아간다.)

 

 

Scene #33

 

도서관 휴게실. 우영, 커피를 뽑아 지은에게 건네준다. 한 번 크게 기지개를 켜는 우영. 자리에 앉아 캔 뚜껑을 딴다.

 

지은 : 오빠, 공부 잘 돼?

우영 : 그냥, 뭐.

지은 : 난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와. 배고파서 집중이 안 돼.

우영 : 벌써 배고파?

지은 : 저녁 안 먹고 왔단 말이야.

우영 : 다이어트 해?

지은 : (고개를 끄덕인다.)

우영 : 너무 마르면 보기 안 좋아.

지은 : (반문하며) 내가 어디가 말랐다고?

우영 : (대답 없이 음료수를 마신다.)

지은 : 오빠, 시험 몇 개야?

우영 : 4개 남았어.

지은 : 우와! 엄청 많다!

우영 : 그러니까 방해 하지 마.

지은 : (삐진 말투로) 내가 언제?

우영 : 빨리 그거나 마셔라.

지은 : (커피를 조금 마시다가) 시험 끝나고 뭐해?

우영 : 뭐하긴 집에 가야지.

지은 : 또 일해?

우영 : 응.

지은 : 그럼 같이 할래? 나도 아르바이트 할 건데!

우영 : (음료를 끝까지 들이마시고 일어나서 쓰레기통에 집어던진다.)

지은 : (우영을 쫓아가며) 거기 톨게이트 부근에 물류센터 하나 있거든. 하루 일당 엄청 많이 준대. 그래서 전화해보기로 했거든. 오빠도 대신 말해줄까?

우영 : 내가 알아서 할게.

지은 : 아~ 왜? 괜찮아. 어차피 내가 대표로 하는 거야.

우영 : 됐다니까. 왜 내가 너랑…….

지은 : 아, 단둘이 하는 거 아니거든! 은영이도 같이 할 거야! 치사해, 진짜.

우영 : (말이 없다. 열람실로 걸어간다.)

지은 : 할 거지? 어차피 일 한다며.

우영 : 에휴! 너 알아서 해라.

지은 : (빙그레 웃는다. 우영을 쫓아 열람실로 후다닥 들어간다.)

 

 

Scene #34

 

시험을 보는 강의실. 숨소리 없이 조용하기 그지없다. 우영, 한 문제를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가 만족스런 표정으로 가방을 싼다. 가방을 매고 교단 위에 시험지를 내려놓는다. 교수에게 꾸벅 인사하고 나간다. 우영, 휴대폰을 켜자마자 전화가 걸려온다. 성주에게서 온 전화다.

 

성주 : (다급한 목소리로) 야! 왜 이제 받아!

우영 : 왜 그래? 시험 중이었어.

성주 : 아! 시험이라 그랬지!

우영 : 뭔데 갑자기?

성주 : 야, 우영아. 어떡하냐?

우영 : 왜? 무슨 일 있어?

성주 : (조용히 있다가 심각한 목소리로) 현석이 동생… 죽은 것 같다고…….

우영 : 뭐?

성주 : (침통한 말투) 실종됐다가 오늘 새벽에 찾았는데… (한숨) 후우, 실족사한 것 같다더라.

 

 

Scene #35

 

대학 부속병원 장례식장. 침통한 얼굴로 검은 정장을 입은 우영이 곡소리가 크게 나는 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현석의 어머니가 몸을 가누지 못 하고 다른 아저씨들에게 부축 받으며 애처롭게 울고 있다.

 

현석 어머니 : (숨이 끊어질 듯 울어댄다.) 아이고오! 현민아! 우리 아들! 현민이! 우리 아기! 엄마는 어떻게 살라고오! 아이고오! 아이고 내 새끼!

우영 : (얼굴을 쓸며 현석 어머니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현석의 동생 현민이 굳은 얼굴로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장례식장 안에 걸려 있다. 현석, 어머니 옆에서 손으로 눈을 가리고 흐느낀다. 희수와 성주도 우영 곁에 서서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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