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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링크를 풀기 위한 우류신화 연구서(결)

다시 써야 할 미완성 장편소설



결(結)

 

실제 우류 신화는 한 토막도 안 되는 짧은 이야기였다고 한다. 온갖 잡종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사라진 과거의 옛 모습을 이해하면 내 말이 더 쉽게 들릴 것이다. 서문에서 말했듯이 이전 시대에는 각종 유형의 외형을 가진 사람들이 다함께 어우러져 살았다. 그들 중에는 유별난 외모로 인해 불거지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이 때때로 대두되었다. 아마도 그 시대에는 나름대로 외형에 대한 명확한 정상의 범위가 있고 그 범위에서 벗어난 사람에 대한 공공연한 차별과 멸시가 행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의 거의 획일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외모는 절대로 차별이나 조롱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인식을 과거에 끼워 맞추는 식의 태도로는 이 시대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현재 우리가 더 경제적이고 더 실용적이며 더 정직한 것이 추앙받고 ‘미(美)롭게’ 여겨지는 것처럼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덕목은 바로 정상 수준의 외모였다는 것이다. 결국 외형적인 조건이 정상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 한 어린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바로 우류 신화의 모티프가 되고 있다. 이것을 보면 당시 다른 어떤 덕목보다도 외형의 가치가 사람들에게 존귀하게 여김을 받았다는 것은 물론 그 반대의 경우 철저히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전히 당시 외모의 중요성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 하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해 모호한 부분들을 풀어 설명하겠다.

우리 현대 사회와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나 병폐라는 것은 존재한다. 이 시기 정상의 범주에 속한 외모를 가진 자들은 예상과 달리 소수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가치관은 소수에 속하거나 다수에 속하거나 일관되었다. 우월한 자들은 스스로 우월한 것을 알고 있었고, 범위에서 벗어난 자들은 또 그 스스로가 열등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사회 전반적인 가치관의 틀에 스스로를 매어 놓고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며 살았다. 스스로를 괴로움과 스트레스에 몰아넣는 당시 사회는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있었고 병들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정상의 범주에서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는 노인들에게조차 이 가치관은 가혹하게 적용해 사람을 옥죄었다. 그러나 이 병든 가치관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특히 젊은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든 선천적으로 우위를 차지한 사람들과 같아지려고 돈과 시간과 정력과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게 중에는 몇몇 성공한 사례가 들려오기도 했다. 성공 사례에 눈과 귀가 먼 어린 여자들의 속에서는 더욱 확고하게 이러한 가치관이 심화되었다. 과한 것은 아니함만 못 하다고 하는 말도 있듯이 너나 할 것 없이 외형의 변화에만 단조로운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파다하게 늘어나며 이제 사회는 기하급수적으로 더해가는 출중한 미모의 여성들을 고운 시선으로 수용해줄 수 없는 데에 이르며 겉으로 보이는 타인의 외모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에 이른다. 외형에 대한 불신은 배우자나 파트너, 또는 오랜 친구에 대한 불신으로, 거기서 다시 가치관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얼마 안 가 이 부당했던 가치관은 산산조각 나듯 붕괴되고 마는데, 내가 주장하는 내용이 바로 이 부분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도래한 듯 보이는 황금비율에 가까운 현대 실용주의의 완전한 가치관과 사상은 아니 땐 굴뚝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아니라 이러한 과도기를 거친 후에 자연스럽게 정립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이 주장의 근거가 되어줄 실제 사건, 우류 신화의 진실은 이러하다. 어느 날, 육지로 떠밀려온 형체를 알 수 없는 익사체가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서 발견되었다. 모습으로는 분간할 수 없는 시체의 신원을 치아 식별을 통해 수사한 결과, 어느 지역 고아원 출신의 여대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학생은 생전 그다지 많은 친분 관계를 맺고 살지 않아 그녀의 죽음에 관련된 단서를 찾는 데 수사하는 경찰들이 많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사건의 목격자로 인해 우울증으로 인한 단순 자살로 종결지으려던 사건이 다시금 난항을 겪게 되어 진실을 밝혀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재학 중이던 대학에서였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으나 학업 성적이 우수했던 그 여학생은 그곳 최고 명문 대학을 다니는 수재였다고 한다. 다만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고 외모에 대한 심각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이 그녀의 크나큰 흠이었다. 때문에 크고 작은 오해가 그녀 주변에서 항상 생겨났는데, 문제의 발단은 바로 그녀가 전공하는 학과 내에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남학생과의 스캔들이었다. 아무도 그들의 스캔들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삽시간에 여학생에 대한 더러운 추측과 모욕적인 소문이 함께 떠돌기 시작했다. 그 후 남학생과 어울려 지내는 친한 무리가 곧 여학생의 침상을 더럽히는 수작으로 자기 친구의 오욕을 갚아낸다. 그들의 방법은 명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답게 단순하지 않았다. 모처럼 맞이한 방학 중에 자기들만의 여행을 갖기로 가장하고 달콤한 말로써 순진한 여학생을 꼬셔내 함께 데리고 갔다. 여학생의 기대감은 오래 가지 못 했다. 밤새 짐승과 다를 바 없는 거사를 치룬 그 버러지 같은 작자들은 근처 숲에 여자를 버려두고 돌아왔다. 구덩이를 깊게 파 여자를 묻어두었기에 그들은 죄책감이나 일말의 불안감도 없었다. 허나 오랫동안 내린 비로 수분을 잔뜩 머금은 땅이 물렁하여 여학생은 고생 끝에 빛을 볼 수가 있었다. 그것도 잠시 그녀의 귀로 들려오는 푸르른 파도 소리가 이리 오라 부르고 있었다. 고민으로 오래 지체하지 않았다. 철썩이는 파도, 푸르고 깊은 바다, 몸을 떨어뜨리기 적당한 위치에 놓인 널찍한 바윗돌. 바람에 머리카락이 가볍게 흩날렸다. 이내 소리도 없이 소녀는 저 아래로 몸을 던졌다. 하얀 거품이 일며 그녀의 몸은 깊이 가라앉았다. 잘게 부서진 빛이 수면 위를 수놓았다. 이미 폐로 바닷물이 가득 들어찼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제의 수치스런 일들을 기억하고 말았다. 조그만 창을 통해 하얀 달만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류는 단지 기적이 아니면 그녀를 구제해줄 수 없는 냉혹한 현실에서 그녀가 바랐던 최후의 비굴한 소원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확률이었다. 아마도 그녀가 바다에 몸을 던지기 전, 자신을 비추는 달을 향해 한 가지 소원을 빌었다면, 다시 태어났을 때 아름다운 소녀이길 바랐을 것이다. 이것이 우류신화의 실제 내막이었다.

잠시 감상에 빠져 사건과 관련한 사실만을 서술하지 못 한 점 양해 바란다. 이 후 소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공모자들이 세간에 드러나 사회는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들은 머물었던 곳에서 쓰레기통에 몇 가지 흔적을 버리고 온 것을 깜박 잊어 치우지 않고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알리바이와 어긋나는 증거까지 목격자의 진술 그대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었다. 그러함에도 여자의 죽음에까지는 직접 간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범죄자들에게 내려진 사법 판결은 꿀밤 때리기 수준으로 미약한 처벌에 그쳤다.

소녀의 억울하고 불행한 사연은 양심을 가진 시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기성세대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기꺼이 자신과 사회에 돌리며 뿌리 내린 그릇된 인식체계를 바로잡고자 했다. 또한 여성 단체들이 불길처럼 거세게 일어나 각종 서명운동과 사회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다양한 브라우저를 타고 사건은 세계적으로 이슈화되었고 잘못된 우열 가리기와 가치관에 대한 날카로운 비난이 격정적으로 이루어졌다. 강단에서는 존재의 존엄성이 가장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되어 열변을 토해냈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재 이유가 과연 현재 가치관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가 지식인들의 열정을 사로잡았다. 그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전부 당시 최고 덕목으로 여겼던 정상 범주의 외모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곧이어 내제된 불합리한 사회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나선 대중들과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커져 정당하고 공정한 이론을 제시하며 시대는 새로운 가치관의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겨우 시작점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2020년대, 그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산보다 높이 쌓여 있었다.

이제는 모두 과거의 유물이 된 아름다움 그 자체의 가치는 오랜 시대를 거치는 동안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우리에게는 낯선 것이 되었다. 아마도 이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를 시간의 낭비로 여기는 사람들이 현재는 많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매우 오래된 고문서를 처음 찾아내기 이전까지는 나도 그와 다르지 않았기에 그렇다. 그러나 오랫동안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보수하고 시정하는 데 평생을 살아온 나로서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잃은 우리가 아직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 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우리는 또 다시 현재를 잃어버린 먼 미래의 후예를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 그들은 현재 우리가 가진 사고방식과 가치관의 불합리성을 보다 빨리 이해하고 자기들이 현재 가진 문제에만 급급해할 것이다. 거기까지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이 내게는 없으나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먼저 앞날을 내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를 아는 것을 단지 구태의연한 발상으로 받아들이는 몇몇 나의 동료들에게도 다시 한 번 이 글을 찬찬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

 

-2394년 3월 4일 금요일 사회 설계부서 고고학 연구소장-






한글 워드로 235쪽을 꽉 채운 '미싱링크를 풀기 위한 우류신화 연구서'의 마지막 부분까지 남김없이 포스타입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판타지와 디스토피아, 현실비판, 심리, 청춘을 이야기 하나에 모두 넣으려는, 욕심이 과도했던 글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글을 쓰고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 많이 정리가 되기도 해서 괜한 허공 가르기 같은 헛짓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하고 많은 글 중에서 동생이 단연 일등으로 뽑는, 제일 좋아하는 글이라고 해주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독자가 하나라도 있어서 기뻤던 글이었고요, 줄거리를 미리 뽑아놓아서 문장 이어달리기를 하느라 문체가 허물어지는 불상사도 덜 겪은 글이었지요. 그랬지만 역시 개연성 부족, 이야기의 허무맹랑함,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힘을 잃는 등등 특별한 소재에만 끌려 좋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실패작입니다. 캐릭터는 나름대로 잘 살렸는데, 정작 요주의 인물인 '우류'를 나 스스로도 연상시키기 어려워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존재를 탄생시켰습니다. 모든 글들이 그렇지만 결국 '우류신화 연구서'도 졸작입니다. 문제는 다시 손대려면, 이 장편을, 시간이 상당히 걸릴 일을 여태 손도 못 대고 있다는 거죠. 게으른 애정이 이렇게나 어리석고 무질서합니다. 애정은 게을러서는 안 됩니다. 다시 이 글에게 다가가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못다한 말들 이어갈 시간이 필요하네요. 충분히 충분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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