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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이야기(61~68) - Ending

2013년作 시나리오

Scene #61

 

멀리서 지영이네 빵집 안에 누가 있나 살피는 우영. 안에 지영이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들어간다.

지영, 계산대에서 통화 중이다.

 

지영 : (살짝 뒤돌아서) 어서 오세요! (수화기에 대고) 아녜요. 네. 배편으로 옷가지 정도만 보내뒀어요. 네. 홈스테이요. (손님이 우영인 것을 눈치 채고) 아, 잠시만요. 오빠, 웬일이에요? 잠깐 통화만 마저 하고…….

우영 :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꽂고) 어, 괜찮아.

지영 : (수화기에 대고) 네, 죄송해요. 아뇨. 옷가지만… 아, 그럼 그럴까요? 네. 돈은 출국 전에… 네, 그렇죠? 너무 미리 할 필요도……. 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우영 : 어디 가?

지영 : 저 호주가요.

우영 : 휴학했어?

지영 : 네. 일하면서 영어도 좀 배우려고.

우영 : 아…….

지영 : 오빤 개강 얼마 안 남았는데 웬일이에요?

우영 : 어, 그게…….

지영 : 오빠, 서있지 말고 저기 앉아요.

우영 : 아냐.

지영 : 네? 왜요?

우영 : 아니, 지영아, 혹시 번호…….

지영 : 네?

우영 : 아, 아니다.

지영 : (너털웃음) 뭐해요, 혼자?

우영 : 저기, 바빠 보여서 미안한데 네가 은영이 좀 보러 가주지 않을래? 내가 가긴 그렇고…….

지영 : 네? 갑자기 왜요? 은영이 무슨 일 있어요?

우영 : 사실 잘 모르는데, 은영이가 작년에 그랬어. 아버지가 암 투병 중이시라고…….

지영 : (입을 막으며) 어머!

우영 : 걔는 기억 못 하더라. 나한테 그 말 한 거.

지영 : 암? 그걸 오빠한테 말했다고요?

우영 : 어. 너랑 지은이랑 봤다며. 그 날 놀이터……. 걔, 보기보다 많이 취했었어. 나한테 다 그래놓고 필름이 끊긴 건지……. 암튼 진짠지 아닌지도 긴가민가했고, 걔가 기억도 못 하는데 함부로 물어보기도 좀 그래서…….

지영 : 정말 전 몰랐… 그런…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우영 : 나도 잘 몰라. 근데 내가 참견할 일도 아닌 것 같아. 무슨 말인지 알겠지?

지영 : 네…….

우영 : 그럼 좀 부탁할게.

지영 : 네…….

우영 : 아! 몸 조심히 다녀와, 호주. 간다.

지영 : (문을 나서는 우영을 불러 세운다.) 오빠!

우영 : (돌아본다.)

지영 : 미안해요.

우영 : (의아한 표정)

지영 : 전 오빠가 괜히 어장관리나 하는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우영 : 어장……?

빵집 손님 : 저기요, 좀 들어갈게요.

우영 : 아, 죄송합니다!

지영 : 어서 오세요!

 

우영, 뒷머리를 긁적이며 퇴장한다.

 

 

(Fade out)

 

 

Scene #62

 

2008년 2학기 개강.

우영, 과방 문을 열고 들어간다. 후배들이 담배를 태우다가 재빨리 끄고 감추면서 인사한다.

 

우영 : (개의치 않고) 너네 왜 이렇게 삭았냐? 노가다 뛰다 왔냐?

후배 1 : (새카맣게 탄 얼굴과 몸) 어떻게 아셨어요? 저 토목과 친구랑 공사판에서 먹고 자고 했는데.

다른 후배들 : (소란 떨며) 진짜냐? 난 또 필리핀이라도 다녀온 줄. (누군가 크게 웃는다.) 두바이 토목 공사하고 온 거 아냐? (동조하는 목소리로) 맞네.

후배 1 : 미친 새끼. 말이 되냐?

 

성주, 들어온다.

 

성주 : (담배냄새를 맡고) 어떤 새끼가 내가 만든 건물 내 금연 표어 무시했냐?

 

왁자하게 웃고 떠들던 무리가 숙연해진다.

 

성주 : (후배 1을 보고) 어, 저 새끼 뭐야! 완전 깜놀!

 

후배들, 웃는다.

 

성주 : 우엉이, 안 덥냐? 시커먼 새끼들이랑 있지 말고 나와.

 

 

Scene #63

 

강의동 내 휴게실. 음료수 자판기와 테이블, 의자가 놓여있다. 우영과 성주, 음료수를 뽑아 자리에 앉는다.

 

성주 : 너도 좀 탄 것 같다?

우영 : 나야 뭐. 맨날 알바 하잖아.

성주 : 무슨 일?

우영 : 물류센터에서 적재 같은 거…….

성주 : 아…….

우영 : 현석인…, 뭐하냐?

성주 : 일 계속 다니겠지. 별로 연락도 못 했어.

우영 : 나도.

성주 : 보상 받기도 힘들다더라? 씨발, 그게 말이 되냐? 나라 지키다 죽었는데!

우영 : 현석이가 그래?

성주 : 아니. 인터넷 뉴스 보니까.

우영 : (핀잔하듯) 그게 뭐냐?

성주 : 인터넷 뉴스도 모르냐? 너 진정 공학도 맞니?

우영 : 야, 누가 그걸 모른대?

성주 : 발끈하긴.

우영 : 아, 맞다.

성주 : 왜?

우영 : 너 그거 알아?

성주 : 뭐?

우영 :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어장… 어장…….

성주 : 어장 뭐? 어장관리?

우영 : 어, 그거.

성주 : 누가 너보고 어장관리래? (비웃으며) 미친, 누구냐?

우영 : 무슨 뜻이야?

성주 : 하긴 넌 좀 그런 끼가 있어. 난놈이야, 아주.

우영 : 뭐라는 거야?

성주 : 아, 걔구나! 알바 하다가 쫓아다니는 애? 걔 아직도 너 쫓아다녀? 완전 미친 거 아냐?

우영 : … 조금?

성주 : 조금 미쳤다고? 왜? 뭔 일 있었어?

 

우영, 성주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성주 : 씨발, 미친!

우영 : (남 일인 양) 오버하지 마.

성주 : 너 말야, 새꺄! 어장관리 맞네! (우영을 삿대질하며) 빨리 풀어줘! 얼른! 안 풀어줘?

우영 : (웃으며) 정신 나갔냐?

성주 : 너 지금 당장 핸드폰 딱 꺼내! 딱 꺼내서 걔 번호로 딱 전화해! 전화해서 “나 너 싫어. 꺼져.” 이 한 마디만 딱 해!

우영 : (허탈하게 웃으며) 야, 됐다. 너 수업 몇 시냐?

성주 : 어라라! 나 장난 아니야. 너 때문에 지금 어린 영혼들이 희망고문 당하는 거 모르겠냐? 그런 건 일찌감치 거절했어야지.

 

성주, 우영의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꺼내려고 한다. 우영과 실랑이.

 

우영 : 야, 하지 마! 하지 마.

성주 : 이 나쁜 새끼가! 얼른 안 내놔? 빨랑 내놔.

우영 : (간신히 휴대폰을 손에 쥐고) 나도 안다고. 근데 그렇게 사람 상처 주는 거 아니야. 네가 존심에 스크래치 먹어 봤냐? 모름 말어라.

 

우영, 숨을 몰아쉬며 복도로 나가 걸어간다.

 

성주 : 야, 최우영! 어디 가? 너 그러다 진짜 후회한다!

우영 : 형은 수업 들으러 간다!

성주 : (중얼거리듯) 저 꼴통새끼…….

 

 

Scene #64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에서 나와 복도를 지나던 우영.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교수에게 목례하고 지나가려는데 누군가 그 뒤에 서있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드는 우영.

 

지은 : 오빠!

우영 : (몸을 떨며) 깜짝이야!

지은 : 놀랐어요?

우영 : (주변을 살피며) 여긴 어쩐 일이야?

지은 : 저 이번 학기에 여기서 교양 수업 들어요.

우영 : 거짓말하지 마.

지은 : 진짠데요? 도시 환경의 이해요.

우영 : (지은이 안고 있는 ‘도시의 이해’라는 두꺼운 교재를 보곤) 그럼 네 갈 길 가.

 

우영, 지은에게 싸늘하게 말하며 성큼성큼 걸어간다. 지은, 쪼르르 뒤에 따라 붙는다.

 

지은 : 오빠, 점심 드셨어요?

우영 : 어.

지은 : 벌써요? 수업 듣고 나온 거 아니에요?

우영 : 무슨 상관이야.

지은 : 그럼 또 수업 들어요?

우영 : 어.

지은 : 아~

 

우영, 계단을 내려가 1층 로비를 지난다.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성주, 우영을 보고 부른다.

 

성주 : 우엉이! 어디가?

우영 : (떨떠름한 표정으로 성주에게 다가간다.) 밥 먹으러 가자.

지은 : (쫓아오며) 오빠, 밥 드셨다면서요?

성주 : (우영 뒤에 지은을 본다.) 누구야? (금세 알아채고) 헉! 걔야?

우영 : (대꾸하지 않고 성주의 팔을 붙들고 계속 전진.)

성주 : (목소리를 낮추며) 여기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스토커 아냐?

지은 : 스토커 아니거든요! 다 들려요.

성주 : (뜨끔해서 지은을 보며 웃는다.)

우영 : (갑자기 멈춰 서서 화를 낸다.) 야! 네 갈 길 가라고!

지은 :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영을 본다.)

성주 : (함께 놀라 손에서 담배를 떨어트린다.)

 

<오버랩>

 

2004년 여름 즈음, 조은 어머니의 차 안에 우영, 조은 어머니, 조은이 함께 있다.

 

조은 : (차에서 내리며) 엄만 카푸치노, 우영인 아메리카노 맞지?

 

조은이 나간 차 안에 적막이 감돈다. 우영, 어색해서 몸이 굳어있다.

 

조은 어머니 : 학생은 우리 애하고 별로 안 맞아 보인다. 그렇지?

우영 : 예?

조은 어머니 : 사람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어. 학교도 산골짜기에 있고 우리 조은이랑 만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천천히 정 끊어봐.

우영 : (얼굴이 굳는다.)

조은 어머니 : 나쁘게 생각할 거 없어. 어차피 너희들 오래 안 가. 물이 달라도 조금 달라야지.

 

조은이 커피를 들고 차로 돌아온다.

 

조은 : 자, 여기 커피. 둘이 얘기 좀 했어? (우영을 돌아보며 장난스럽게) 최우영, 왜 아직도 어색해 해? 우리 엄마, 아무나 밥 사주는 사람 아니다. 맞지, 엄마?

조은 어머니 : (웃는 시늉) 가자. 우영이 바래다주러.

조은 : (우영의 손에 깍지를 끼며) 우영아, 오늘 재밌었지? 다음에 또 이렇게 셋이 데이트하자. 알겠지?

우영 : (쓴웃음) 어머니 바쁘실 텐데…….

조은 : 그래도 너 오면 시간내줄 걸. (귓속말로) 우리 엄마가 너 맘에 드나봐.

 

우영, 씁쓸하게 웃다가 백미러로 우영을 차갑게 쳐다보는 조은 어머니의 눈과 마주친다.

 

바람이 쌩 하니 분다. 세 사람, 아무 말 없이 서있다. 우영, 성주를 데리고 성큼성큼 앞서간다. 지은에게서 점점 멀어진다. 멀어져가는 우영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지은. 우영의 뒤에 흐릿하게 자리에 주저앉는 지은이 보인다. 우영, 구겨졌던 인상이 점차 펴진다. 성주의 팔을 놔준다. 얼떨떨한 얼굴로 우영을 보는 성주. 우영, 갑자기 웃음이 피식 새어나온다. 성주를 보며 웃는 우영. 얼떨떨해 하다가 성주도 우영의 목에 팔을 걸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두 사람, 마주보고 킬킬 웃으며 학교 정문에서 빠져 나간다.

 

(Fade out)

 

 

Scene #65

 

2013년 여름.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시간을 보는 우영. 8시 50분이 다 되어가는 시계. 방 밖으로 뛰쳐나가 화장실로 돌진해 문을 쾅 닫는다. 세찬 물소리가 들리고 식탁에 앉아있던 우영의 엄마가 놀란 얼굴로 가만히 있다. 곧 손에 들고 있던 알약을 입에 털어 넣고 물과 함께 삼킨다. 거실에 달린 시계를 보곤 턱을 괸다. 몇 분 안 되어 우영이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화장실에서 뛰쳐나온다. 방으로 들어가 후다닥 옷을 입는 우영. 책상에 놓인 지갑과 휴대폰, 교통카드를 대충 주머니에 쑤셔 넣고 밖으로 나간다. 금세 다시 열리는 현관문. 우영이 다시 베란다로 나가 빨랫줄에 널린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제대로 신는다.

 

우영 : (밖으로 나가면서) 다녀올게요!

엄마 : (밖으로 나가는 우영을 물끄러미 본다. 조금 있다가 혼자 웃음이 터진다.)

 

 

Scene #66

 

택시를 타고 도착한 시외의 대기업 물류센터. 우영, 재빨리 뛰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지게차 여러 대가 다니며 물건이 올라간 팔레트를 한 곳에 모아둔다.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젊은 남자들이 지게차를 몰거나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시하는 둥 널찍한 공간이 소음으로 가득 차있다. 어린 학생들이 잔뜩 꾸며 입고 나와서 능수능란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다. 바코드 기계를 들고 다니며 물건을 찍어보고 수량을 계산한다.

우영,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물류센터 내 사무실로 들어가 자기 컴퓨터를 켠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다른 남자가 우영의 어깨를 손으로 탁 치며 옆자리에 앉는다.

 

동료 : 아침부터 쪄 죽겠다.

우영 : 말이라고…….

동료 : 오늘 물량 초과다. 점포 하나 또 오픈.

우영 : 하나? 그 정도면 다행이지.

동료 : 야, 나가보고 말해라.

 

우영, 컴퓨터를 보다가 밖으로 나간다. 아르바이트하는 여학생 한 명이 바코드 찍는 기계가 말을 안 듣는다며 들고 온다. 우영, 조금 손보자 기계가 제대로 작동한다. 여학생, 우영을 보고 눈웃음친다. 우영, 무뚝뚝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라인이 도는 곳으로 몸을 옮긴다. 여학생, 얼굴이 빨개져서 돌아간다.

우영, 전광판에 찍혀있는 각 라인의 점포수를 확인한다. 라인마다 재빠르게 손을 놀려 일하는 아주머니들과 여학생들이 땀에 잔뜩 젖어있다. 기둥에 달린 온도계에 빨간색으로 ‘32℃’가 빛난다.

손수레를 끌던 아저씨가 우영에게 다가온다.

 

아저씨 : 여봐요! 2, 3, 4라인 전부 박스가 모자라! 어제 점포 두 개 열린 데로 박스 다 보냈잖아! 새 박스 좀 주문해봐!

우영 : 예! 어제 주문 넣었슴다! 오늘 중에 올 거예요!

아줌마 : 카타 칼은!

우영 : 지난번에 다 나눠드렸잖아요.

아줌마 : 그게 벌써 언젠데!

우영 : (귀찮은 얼굴로 무시하고 사무실로 돌아간다.)

 

우영,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여학생 두 명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여학생 1 : 야! 여기 완전 시원해!

우영 : (퉁명스럽게) 너네 뭐 하러 들어왔어?

여학생 2 : (손을 보이며) 손 다쳐서 약 빌리러 왔어요.

우영 : (약통이 있을 만한 서랍을 여기저기 열어보며 찾는다.)

여학생 1 : (손가락으로 선반 위를 가리킨다.) 저거 아니에요?

우영 : (여학생이 가리킨 곳을 본다. 선반 위에 하얀 약통이 보인다. 약통을 내려 약을 찾아본다.) 베인 거야?

여학생 2 : 네, 조금.

우영 : 밴드 밖에 없는데?

여학생 2 : 그거라도 주세요.

우영 : (밴드를 꺼내 여학생 2에게 건네다가 눈이 마주친다.) 너네 몇 살이야?

여학생 1 : 스무 살이요.

우영 : 돈 벌어서 뭐 하려고?

여학생 1 : 옷 사고 놀러가고~

우영 : 등록금은?

여학생 2 : 엄마가 내주는데요?

여학생 1 : (친구를 보며) 난 할아버지가 내는데!

여학생 2 : 진짜?

여학생 1 : 나랑 오빠 눈 수술도 다 할아버지가 해준 거야.

여학생 2 : 나도 요번에 라섹할 건데…. 아빠가 해준 댔음!

우영 : 야! 볼일 없으면 빨리 나가.

여학생 1 : (우영을 흘겨보며) 자기가 말 시키고선……. 아, 나가기 싫어! 밖에 완전 덥단 말예요!

 

우영, 여학생들을 보내고 자리에 앉는다. 한참 컴퓨터로 작업하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온다. 우영, 기지개를 켜며 휴대폰을 들고 메시지를 확인한다. 커다란 화면에 ‘고객님의 2009년 1학기 학자금 대출 납입 예정일이 ○○○입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Fade out)

 

 

Scene #67

 

어둑해진 후 물류센터.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 몇몇이 남아 창고를 정리한다. 지게차를 제자리에 두고 온 우영.

 

우영 : (멀리 있는 동료에게 소리친다.) 오늘 좀 태워줘!

 

멀리 있는 동료가 손짓으로 긍정의 사인을 보낸다.

 

 

Scene #68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우영이 동료의 차 조수석에 올라탄다.

 

동료 : 그때 내려준 데로 가면 돼지?

우영 : (피곤한 목소리로) 어…….

 

조금 지나서 말을 꺼내는 동료.

 

동료 : 아, 석현이 말이야. 알바 애들 중에 누구랑 사귄다더라.

우영 : 석현이? 걔 몇 살인데?

동료 : 스물아홉인가?

우영 : 누구랑?

동료 : 왜 그 키 조그맣고 눈 사이 좀 멀고…….

우영 : 누군지 몰라. 진짜 사귄대?

동료 : 진만이가 그랬는데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아.

우영 : 왜?

동료 : 걔는 맨날 애들끼리 엮는 거 좋아하잖아.

우영 : 누가? 진만이가?

동료 : 심심하니까 괜히 그러는 거지.

우영 : (갑자기) 야, 나 내릴게.

동료 : 여기? 여기 니네 동네 아니잖아.

 

우영, 신호에 걸리자 말없이 차에서 내린다. 번화가라 밤중인데도 거리가 환하다. 뭔가에 홀린 듯 번화가로 들어서는 우영.

 

동료 : 야! 나 진짜 간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차를 꺾어 달린다.) 뭐야, 갑자기…….

 

우영, 눈을 의심하며 누군가의 뒤를 쫓는다. 길거리 주전부리를 파는 포장마차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여자가 웃으며 누군가와 함께 있다. 우영, 천천히 다가간다. 여자, 포장마차를 떠나 누군가의 팔을 붙들고 거리를 걷는다. 여자가 누군가와 웃으며 얘기한다. 우영, 점점 더 빠르게 여자를 쫓는다. 군중을 헤치며 걷는 우영, 여자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우영, 여자의 어깨를 건드린다. 여자가 의아한 얼굴로 돌아본다.

 

은영 :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우영임을 알고 놀란 얼굴)

우영 : (은영을 가만히 보며 서있다.)

은영 : 우영오빠.

우영 : (은영이 부르는 소리가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들린다.)

은영 : 오랜만이에요.

우영 : (천천히 입 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은영 : 오빠 잘 지내셨죠?

우영 : 어. 잘 지냈지. 너는?

은영 : (밝게 웃으며) 저도 잘 지냈어요.

우영 : (은영의 밝은 미소를 보며 황홀하다.) 너 여전히 예쁘다.

은영 : (미소 지으며) 고마워요.

 

우영, 두 사람 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밝은 주황빛 조명 사이에 두 사람이 재회하고 있다.

 

우영 : 내가 너 많이 좋아했어.

은영 : (놀라다가 밝게 웃는다.)

우영 : 정말이야. 정말 많이 좋아했어.

은영 : 전 몰랐어요.

우영 : 꼭 말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말하네.

은영 : 고마워요, 좋아해줘서.

우영 : 아니야. 내가 어떻게 감히…….

은영 : (웃으며) 저 이제 가야 해요.

우영 : 어. 가봐. 가봐야지. 잘 지내.

은영 : 오빠도 잘 지내세요.

우영 : 은영이도 잘 지내.

 

밝게 웃으며 뒤돌아 멀어지는 은영을 보는 우영. 환상 속에서 깨어나는 우영. 멀리 군중 속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낯선 여자가 애인으로 보이는 남자의 팔을 끼고 걸어가고 있다. 우영, 멀리 서서 인파에 덮여 보이지 않는 여자를 뒤로하고 씁쓸한 얼굴로 돌아선다. 번화가 뒤편 어두운 길로 빠져나가는 우영.

 

(Fade out)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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