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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소분하기

헤어짐이 해어지도록

물컹한 슬픔을 나누고 싶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라는 제목을 읽으면 막연히 슬프다.

찾아야 할 시간은 이미 지난 시간이라서, 라고 생각한다.

헤어짐의 아쉬움, 적적하고 눅눅한 기억.

기억은 습자지 같다.

스며들어 있지만 선명하지는 않지.

흐리고 부옇다.

‘우리’라고 부르는 기억의 공동체를 부른다.

‘함께 했던’ 순간을 끄집어낸다.

‘장소’를 추억한다.

여기 우리에게 매일의 일상인 일과와 공간이 있다.

그리고 함께 공유하던 시간이 있고,

비슷한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으로 쌓인 세월이 있다.

우리는 이 모든 게 영원하지 않은 줄 알면서도 지겨워한다.

지겹다며 우쭐대던 날들이 날쌔게 지나간 줄 알면서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지 않은 나의 순간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 그 시간을 떠난 뒤에,

함께 할 명분이 사라지고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지면

다시 그때로 돌아갈 명분을 찾는 우리의 모순과 어리석음.

밟지 않은 길은 수풀이 우거진다.

아쉬운 발걸음이 찾아와 때로 음지에 가린 풀을 헤쳐보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그곳을 잊게 되겠지.

습자지는 너덜너덜해지고 먼지가 되겠지.

사라질 날들을 위해 너무 많이 울지는 말자.

나누고 나누어서 최소한으로만 슬퍼하자.

물컹한 슬픔이 말랑해질 때까지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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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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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잡생각 과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