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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혼자 아프세요, 혼자.

거짓말에 속았던 사람에게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 속이 상했다. 보상은커녕 감수성이 쪽쪽 빨리고 쩍쩍 갈라져간다. 원래도 감흥이 없던 내가 갈수록 더 건조한 사람이 되어간다. 거짓말에 속고, 많은 것을 잃고, 아픈 것만 얻었다. 불신, 불신, 불신. 많은 것을 잃었지만 아무도 나를 위해 울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모르고 있다. 나는 다 잃었다. 가진 적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데, 몽땅 다 사라졌다. 가질지도 몰랐던 것들, 가질까 싶었던 것들, 가져보려고 시도했던 것들, 노력했던 시간들. 다 버려졌다. 그게 거짓말에 속았던 사람에게 줄 만한 합당한 보상이었으려나.

여름이 돌아온다. '배반의 여름'을 상기시킨다. 여름이 되면 내 생애에는 없을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녹음이 청청하게 새 젊음을 맞이한다. 또 여름을 맞는 이슬 같은 아이들이 내 눈에 선하다. 수도 없이 할퀴는 거짓말에 여름마다 아플 텐데, 기억할 배반과 수모와 어려운 말들이 아이들을 눕힐 텐데, 넘어뜨릴 텐데. 쓰잘데없는 염려와 연민이 생긴다. 어차피 내 아픔이 아니면 남모를 이야기가 된다.

나는 네 아픔 때문에 아프지 않고 오로지 내 아픔 때문에 아프다. 거짓말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뭔가를 얻을 것 같을 때 전부 다 잃고, 우리 아픔은 다 익명의 이야기가 되겠지. 다 혼자 아프고, 다 혼자 유난을 떨고, 그러고 나면 다들 거짓말쟁이가 된다.

나를 속인 사람 때문에 나도 너를 속이게 된다면, 너도 곧 누군가를 속이게 된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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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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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잡생각 과부하
#17
내 혀를 깨무는 짓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