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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졸업

  우리는 졸업을 앞두고 몇 가지 약속을 했다.

  몽골, 그리고 차마고도에 가자. 하늘이 가까운 곳에서 길을 잃은 별들의 엄마를 찾아주자. 별은 너무 넓은 우주를 헤매고 있잖아. 지구에서 볼 때는 가까운데 자기들끼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로의 모습을 볼 수조차 없대. 서로를 찾아 헤매다 더 멀리 떨어져 버리기 전에 우리 손가락으로 이어주면 별들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곧게 직선으로, 빠르고 쉬운 길을 그려줄 거니까 길 찾기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인 줄 알겠지.

  2월의 졸업식엔 비가 왔다. 칙칙한 먹구름 때문에 교실은 어두웠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사진을 찍었다.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다며 우산을 펴들고 학교 정문으로 나섰다. 우산과 졸업장, 졸업앨범, 카메라에다가 바리바리 싸든 짐, 그리고 옅은 비까지 내려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젖은 현수막에 걸린 네 이름을 찍는 동안, 내 짐을 들어주느라 뒤에서 낑낑대더니 기어코 물건을 떨어뜨렸다. 졸업장 사이에 껴둔 상장이 빠져나와 차도로 떨어졌다. 차가 없는 걸 확인하고 상장을 줍는 찰나였다. 갑자기 돌진하는 검은 세단이 악마가 채가듯 구푸린 네 몸을 덮쳤다. 사람들의 비명과 바퀴가 도로를 찢는 마찰음, 우두둑 무언가 끔찍하게 부서지는 소리, 손에서 떨어뜨린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소리, 수십 장의 소리가 겹쳐 정점을 찍고 온몸은 딱딱하게 굳어 소음에 파묻혀버렸다.

  대학 입학을 미루고 병실에서 스무 살을 보냈다. 네가 깨어났을 때 우리 둘의 시간이 어긋나지 않기를 바랐다. 우리가 공평하게 앞날을 나눠 가질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뒤처지는 건 겁나지 않았다. 네가 깨어난 뒤에 시작해도 늦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었다. 왜냐하면, 넌 곧 일어날 테니까, 나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어느 날,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꿨다. 너와 몽골의 드넓은 초원을 말 타고 달리는 꿈이었다. 눈을 마주치며 끝없는 지평선을 향해 질주했다. 해가 지고 별이 총총 떠오르자 우리는 어느새 하늘로 떠올라 우주를 유영했다. 팔다리를 허우적대며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지 못하더니 너와 내가 점점 멀어졌다. 손을 앞으로 뻗을수록 너와 나는 같은 극의 자석처럼 서로에게서 밀려나더니 너무 멀어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채운 공허한 어둠에 압도당해 울부짖다 잠에서 깨어났다. 놀란 마음으로 간이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네 침대를 보니, 깨끗했다. 처음부터 아무도 누운 적 없는 새 침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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