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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뱅이의 주저리

  내 게으른 천성을 변명하기 좋은 그럴듯한 거리가 생각났다. 나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아이디어가 복잡하게 가지를 마구 치며 뻗어나온다. 생각을 효율적으로 하는 법을 몰라서 한꺼번에 많은 생각을 하는 걸까? 그런 의문도 들지만, 생각의 양을 조절하는 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다. 밤에 잠들기 전에도 수많은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한 방울씩 톡톡 떨어지는 생각들이 가득 찬 물항아리가 되도록 잠들기가 어렵다.

  톡, 어떻게 하면 금방 잠이 들까? 톡, 생각이 아무것도 안 난다면 좋겠다. 톡, 벌써 다들 코를 곤다. 톡, 수면 호흡법이 어땠더라? 톡, 이렇게 숨을 내쉬고 마시다가 잠이 저절로 들었으면.

  무슨 일을 하든 생각이 필요 이상 나지 않았으면 한다. 글을 쓰는 지금도 단지 글쓰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글을 쓰는 동시에 너무 많은 말들이 머리 주변을 재잘거리며 떠돈다. 나는 원체 산만한 사람이었다. 산만한 사람은 잔꾀를 잘 부리고 기억력도 좋고 순발력과 재치가 있다. 한 번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동시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대신에 집중력과 지구력, 끈기가 약하다. 늘 나의 불만은 뒷심이 부족하다는 거였다. 금방 체력이 떨어지고 지치니까 마무리가 항상 아쉽게 된다. 나 같은 사람에겐 유동적이고 창의적이며 활동적인 일이 어울린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집중력, 지구력, 끈기가 필수이다. 그래서인지 글 한 편을 끝까지 완성시키기가 무척 어렵다. 대체로 장편소설을 쓰게 되는데 장편은 현재 내가 가진 역량으로는 사실 많이 버거운 과제이다. 장편과 단편은 속성이 달라서 장편을 쓰던 사람은 장편을, 단편을 쓰던 사람은 단편을 자꾸 쓰게 된다. 그래도 역량에 맞게 단편 위주의 글감을 찾아 끝까지 한 편이라도 마감을 봐야지 싶다.

  게으른 주제에 요새 벌인 일이 많다. 2년 정도 꾸려온 영업도 정리해야 하고 출판사나 출판편집부를 목표로 포토샵, 인디자인을 독학해보려 한다. 그리고 특별히 취미 삼아 프리미어 프로로 영상편집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혹시라도 유튜버가 하고 싶어질 것 같아서 미리 예행연습을 해두련다. 이미 허접한 영상 하나를 편집해보았다. 자막 달기도 어렵고 뭔가 있어 보이는 효과도 잔뜩 달고 싶은데 기본 영상 컷 작업도 엉성하니 욕심은 잠시 대기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건 돈 벌기, 사회에서 제몫하고 살기, 사람답게 앞가림하기이다.

  산만함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그러다 보면 금방 체력이 떨어져 지쳐오고, 더 이상 아무 활력이 안 드는 체질의 나는 게으름뱅이가 되었다. 체질이 그런 것을 어찌할까? 그 반증으로 나는 앉아서 머리만 써도 배가 꺼진다. 보통 사람보다 신진대사가 빠르기도 하다. 그래서 살도 잘 안 찐다.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글도 한 편 완성 못하고, 돈도 못 벌게 된 것이다. 그저 내가 게을러서만은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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