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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여원아.”

  환청이 생긴 지 수개월째였다. 의식하지 않던 일상소음이 이명이 되어 여원의 귀를 깊숙이 찌를 때면 곧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뒤따라왔다. 처음엔 잘못 들은 줄만 알았다. 누가 자기를 불렀을까 몸을 돌려 보고 아무도 없음에 이상하기만 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잦은 이명이 그녀를 괴롭게 할 때마다 뒤이어 “여원아.”하고 부르는 소리를 또 듣고, 또 듣고, 그제야 알았다. 이명에 이어 이제는 환청까지, 그녀는 망가져 갔고, 그럼에도 아무 수가 없을 정도로 무력했다.

  여원은 사실 지민의 목소리를 이렇게라도 듣게 되어 기뻤다. 환청일지라도 그건 분명 그의 목소리였다. 게다가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고 있었다. 다시는 그의 입에서 불리는 자기 이름을 못 듣는 현실임이 명백했다.

  이명이 들릴 때면 여원은 하던 일을 멈추고 온 신경을 귀에 모았다. “여원아.” 얼마나 생생한지, 정말 옆에 있는 것 같아서 가끔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대답했다. “응. 나 여기 있어.”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한 남자애는 자기 차례가 온 줄도 모르고 엎드려 자고 있었다. 누워있는 그를 앞자리 애가 깨우자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이지민입니다.” 그게 그의 첫인상이었다.

  지민을 알기 전에는 차갑고 무뚝뚝하게 들리던 어조였다. 남의 일에는 영 무관심한지 턱을 괴고 딴청만 피우는 모습이 여원의 심기를 거슬렸다. 의외로 여론은 여원과 반대편이었는데, 지민이 인기가 많다는 말을 듣고 놀란 사람은 여원뿐이었다. ‘쟤가 도대체 어디가 멋있다구?’ 그는 대체로 교실에서 가만히 앉아 있거나 늘 어울려 다니는 친구 몇 명과 여기저기를 활보했다. 혼자 있는 동안엔 어딘가 골이 난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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