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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재회

  현관문에 열쇠를 꽂아 돌리는 여원과 지원의 분위기가 사뭇 비장했다. 지원은 걱정스럽게 누나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여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집과 집들을 서로 기워낸 낡은 아파트 복도의 끝까지 그녀의 한숨이 닿을 것 같았다.

  남매는 버스 정거장에 가서 버스를 기다리고,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익숙한 동네를 벗어났다. 그리고 어느새 학교 근처 상가가 여원의 눈에 들어왔다. 여원은 집 앞에서처럼 한숨을 뱉었다. 그다음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뱉고, 마시고, 다시 뱉자마자 숨이 들어왔다. 이제는 호흡이 아니었다. 심호흡은 거칠어졌고 자연스럽게 스스로 숨쉬기가 불가능했다.

   “누나, 왜 그래?”

  지원이 벨을 누르고 기사에게 고함을 지르듯 멈춰달라고 애원했다. 버스가 정차해 지원이 여원을 끌어내렸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과 학생들이 놀라서 웅성거리며 여원의 상태를 살폈다. 여원은 인도에 주저앉아 여전히 힘들게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에워싸고 있는 군중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운 듯 여원은 두 팔로 숙인 머리를 감쌌다. 지원이 사람들을 쫓아내는 소리가 들렸다. 소음이 뭉쳐 뾰족하게 여원의 고막을 찔렀다. 이명과 함께 어디선가 낯익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원아.”

  여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흩어지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뭔가를 본 것 같았다. 어지러움으로 흔들리는 몸을 간신히 세운 여원을 지원이 부축했다.

   “괜찮아?”

  여원은 지원에게 잡힌 팔을 빼내어 자기가 보고 있는 것에게 홀린 듯 다가갔다.

   “누나, 어디 가? 왜 그러는데?”

   “지민이.”

  지민이었다. 어떻게 봐도 그였다. 졸업식 때 본 마지막 모습 그대로 학교 정문 앞에서 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원은 비틀거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지민에게 가까이 갔다. 여원을 가만히 기다리던 지민은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카메라를 들고 정문에 걸린 현수막을 찍었다. 행인이 뛰어가다가 지민의 몸을 쳤고 그 바람에 카메라가 차도로 굴러떨어졌다. 여원은 기시감을 느꼈다. 지민이 카메라를 주우려고 차도를 둘러보고는 빈 도로로 내려갔다. 이제 모든 걸 알았다. 여원은 본능적으로 달렸다. 뻣뻣하게 굳은 다리를 필사적으로 굴리며 지민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새카만 승용차가 지민을 덮치기 직전 여원이 그의 몸을 떠밀었다. ‘삐-’ 온몸의 감각을 종료시키듯 이명이 들리고, 여원의 정신은 아득한 낭떠러지로 잠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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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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