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함민복 천만 결 물살에도 배 그림자 지워지지 않는다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길게 내뱉어본다. 얼마나, 얼마나 더 멀리 숨을 밀어낼 수 있는지 시험해보듯 최대한 길게 내쉰다. 이 시간 안에 내가 있구나, 어쩔 수 없든, 어쩔 수 있든, 결국 오늘은 이런 하루가 되었구나. 한 번도 내가 상상한 적 없던 나날만이 이어지는 오늘들이다. 그래서 시간을 쪽쪽...
찾지 못했다. 아직도 여기에 없다. 타오르는 태양을 지나쳐 뿌연 먼지가 먼저 반기는 캄캄한 하우스로 이끌린다. 무엇을 찾으려고? 그 안에 무엇이 있기에? 거기에는 낯선 이방인들뿐이다. 낯선 미소로 나를 거두지도 않고 멀리하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선 밖에 선 이방인들이다. 나는 어느 사회에도 어울리지가 않은 느낌에 어슬렁거리며 방황한다. ...
그러나 보이지 않는 살의 틈마다 깊이, 깊이 파고들어가 있는 슬픔은 나를 자꾸만 난간을 넘어 출렁이는 바닷물에 텀벙 빠트리고만 싶어지는 걸 어찌 막을 도리가 없다. 피부에 덮인 무수히도 많은 세포와 살아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경들이 내게로 당장에 날아드는 매일매일을 엎어치기 한판으로 뒤집어 엎으려는 걸 참아내고만 있다니 어지간한 인내심이랄 수 있다. 기다림...
두 발은 빠르게 땅바닥을 디뎠다. 한 발이 떨어질 새라 바로 다음 발이 곧장 뻗어나왔다. 달랑거리는 팔이 허전할 때마다 뒷주머니에 꽂기도 하고 가방끈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오돌토돌한 패브릭 천의 촉감이 손가락에 닿았다. 해는 산 뒤로 가라앉았고 분홍빛 노을이 파동처럼 은은히 퍼져갔다. 희경은 앞서가는 그림자를 쫓다가 웃음이 흐물흐물 새어나와 손으로 입을 ...
머릿속이 하얗다. 무어라 표현할 새도 없이 많은 일들이 속전속결이다. 2년만에 영업을 접고 취직을 하고, 한달만에 봉급이 오르고 매일매일 새로운 일감을 받고 배우고 실수해서 소리도 듣고 그래봤자 인생이 다 여기서 거기고, 거기서 여기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별로 스트레스도 안 받고, 그 사이 회사는 이런저런 일로 휘청휘청 위기마다 거르지 않고 타격 받는 중인...
가을은 물러가고 올해는 12월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남았다. 얼마 전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어째 겨울에 여름비처럼 비가 다 올까?”하고 알다가도 모를 자연 현상이 우려스러운 말투로 대화 도중에 오가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 겨울도 특별하지 않게, 새삼스러움이 신선할 뿐인 모양으로 날마다, 달마다 다가왔다. 맛있어야만 할 점심과 저녁 메뉴, 틈바구니는 ...
엄마가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던 때가 있었지. 나는 늘 즐거운 척하던 때가 있었어. 그리고 우리는 정말 가족사진이 찍기 싫었어. 한 공간에서 함께 숨 쉬는 것조차, 한 컷에 함께 담기는 것조차 싫을 때가 있었어. 지금 그 우리 중에 하나는 따로 떨어져 아주 먼 데서 혼자 지내고 있지. 매일 듣던 목소리와 매일 보던 얼굴인데, 이제는 누가 허락하지 않으면 목소...
봄날 어느 아침에 너를 보았지. 일찍 학교에 와서 창가에 기대어 등교하는 친구들을 구경하고 있었어. 내 옆에는 단짝 친구가 함께 서서 종알대며 까만 머리통이 하나 둘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지. 유난히 새까만 너의 짧게 깎인 머리를 보았어. 나도 모르게 네 이름을 외쳤고 내 작은 목소리는 너를 반응하게 했어. 넌 고개를 들어 2층 교실 창가에서 너를 내려...
너는 그들 중에 한 사람이었다. 내성적이어서 먼저 말 걸 줄 모르는 내가 먼저 말 걸고 싶었던 몇 사람 중 하나. 그 몇 사람 중에서 가장 알고 싶었던 사람이 너였다. 결국은 난 말 걸지 못했고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다. 나는 안면이 좀 트기는 했는데 네가 내 얼굴을 알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아주 조금 더 인상을 잘 살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말하는 완벽에 대해서. 우리가 만약 완벽이라는 말을 쓴다면, 그 우리가 만약 우리는 완벽할 수 없다는 정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완벽은 아마도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수준에서의 완벽을 지칭하는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완벽 뒤에 수식 받는 '공감'이라는 단어를 넣어보자. 그 공감은 아마도 절대적으로 완벽한 공감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람들은 보통'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자기 모습을 개조하고 싶어 한다. 남이 보기에 예쁘지 않을 모습, 아니면 실제로 지적 받았던 모습, 또는 타인과의 서열 다툼에서 질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흉해 보이게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내멋대로 욕심껏, 성질을 마냥 부리고 살아도 지적하는 사람도, 제재하는 사람도, 욕하며 미워하...
내 게으른 천성을 변명하기 좋은 그럴듯한 거리가 생각났다. 나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아이디어가 복잡하게 가지를 마구 치며 뻗어나온다. 생각을 효율적으로 하는 법을 몰라서 한꺼번에 많은 생각을 하는 걸까? 그런 의문도 들지만, 생각의 양을 조절하는 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다. 밤에 잠들기 전에도 수많은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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